세계일보

검색

국내 난민지위 인정 ‘멀고 먼 길’

입력 : 2008-12-19 22:01:47 수정 : 2008-12-19 22:01:47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선진국, 신청∼결정 1년… 한국선 인터뷰만 1년 대기
절반이 “법률 도움 못받아”… 81%는 의료보험 소외
인권위 “사회통합 프로그램 全無… 제도 마련해야”
◇19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국내 난민인권실태조사 발표회에서 이호택 난민자 대표(왼쪽 첫번째)가 ‘난민 인정절차’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전신 인턴기자
중국에서 온 A(50·여)씨는 3개월마다 체류 연장신청을 반복하고 있다. 2002년 난민신청을 했지만, 6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 정부로부터 난민지위를 인정받지 못한 탓이다.

결국 인도적 지위자 신분으로 살고 있는 A씨는 체류 연장신청을 할 때마다 담당자가 달라 같은 설명을 쉼없이 반복해야 했다. 그는 난민신청 2년 뒤에 불허 결정을 받았지만, 이 과정에서 변호사나 지원단체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상상조차 못했다. 게다가 인도적 지위자 비자(G-1)로는 취업은커녕 건강보험 혜택도 못 받아 감기만 걸려도 2만∼3만원이 드는 등 큰 비용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딸(30)의 2년 전 입원비도 다 못 갚아 매달 20만원씩 내는 형편이다. A씨는 “나는 안 되더라도 딸이라도 난민으로 인정돼 치료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한숨지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9일 난민신청자, 난민인정자, 인도적 지위자 3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내 난민 인권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멀고 먼 심사…5년 이상 걸리기도=조사결과 국내에서 난민신청을 하면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신청과정에서 법률적 도움을 거의 받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난민 신청자뿐 아니라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사람들도 난민의 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난민신청서를 접수한 후 첫 인터뷰까지 걸리는 시간은 ‘1년 이상’이 24.2%로 가장 많았다. ‘1개월 안에’ 인터뷰를 했다는 응답은 21.6%, ‘접수하자마자’와 ‘1주일 안에’라는 응답은 각각 15.9%였다. 난민신청 접수증을 받은 뒤 1차 심사결과를 고지받는 데 걸린 시간도 ‘1년 이상’이 28.6%에 달했고 ‘5년 이상’ 걸린 사람도 7%로 나타났다.

인권위는 선진국들의 난민인정 결정이 통상 1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은 절차가 지연되고 있고, 난민신청 절차의 기간이 법으로 정해지지 않아 자의적으로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들 중 절반이 넘는 51.5%는 난민신청 과정에서 법률적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답했으며 NGO의 도움을 받은 경우가 16.7%, 무료(공익)변호사와 교회의 도움을 받았다는 사람이 각각 8.1%로 나타났다. 미얀마 출신 B(36)씨는 “우리에게도 변호사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난민신청 경험이 없어 자료 준비하고 서류를 만드는 것도 힘들다”고 말했다.

◆사회안전망 제외…대책 시급=이들은 건강문제 등 국내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각종 사회안전망에서 소외된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시급한 정부 지원(복수응답)으론 ‘직업소개’(46.0%)를 가장 많이 꼽았고, ‘의료보험’(30.3%), ‘주거지원’(27.2%)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겪고 있는 정신건강 문제로는 24.4%가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답답하다’고 답했고 ‘우울증’(17.6%), ‘두통, 어지럼증’(15.9%), ‘불면증’(11.4%) 등을 꼽았다.

특히 이들의 81.4%(206명)는 ‘어떠한 형태의 의료보험도 없다’고 응답해 의료보장의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단체가 운영하는 ‘의료공제회’에는 4.7%인 12명이 가입해 있었다. 의료보험이 없는 난민의 상당수(62.6%)는 병원비가 비싸 병원을 이용하지 못했고, 건강문제가 생기면 ‘약국에서 구입’(25.2%)하거나 ‘친구나 지인에게 도움을 청해’(20.8%) 해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 관계자는 “조사결과 아무런 사회통합 프로그램도 없었다. 난민인정 절차를 법적으로 정해 기간 지연을 막고 이들의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태영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츄 '깜찍한 브이'
  • 츄 '깜찍한 브이'
  • 장원영 '오늘도 예쁨'
  • 한소희 '최강 미모'
  • 수현 '여전한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