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은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된 지 90주년이 되는 날이다. 임시정부 발자취를 찾아내고 기록하는 데 열정을 쏟고 있는 이봉원(62?사진)씨.
그는 12일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임시정부의 정신이 국민들의 뇌리에서 날로 잊혀져 가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 대한민국임시정부 사적지 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다.
이씨는 “나라가 힘들 때일수록 임시정부 요인들의 발자취를 답사든, 책을 통해서든 배우고 익혀 자주독립국가의 정신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① 조소앙 등 임정 요인들이 8개월간 머물렀던 중국 창사(長沙)의 서북원리 연립주택. ② 임시정부가 상하이(上海)에서 항저우(杭州)로 옮긴 뒤 머문 옛 청태제2여사(현 군영여관)의 2층 안마당 전경. ③ 임시정부 충칭(重慶) 청사가 있던 화평로 오사야항 1호 주택 모습. <이봉원씨가 1994년 촬영한 사진> |
그는 임시정부의 흔적을 찾아 94년과 99년 2차례 답사에 나섰다. “임시정부 요인과 가족이 수십년 전 광저우(廣州)에서 류저우(柳州)로 옮길 때에는 무려 40일간이나 무동력선을 타고 가야 하는 험난한 행로였다”면서 “실제로 94년 답사 때 배로도 36시간이 걸렸었다”고 당시를 소개했다.
이씨는 답사를 통해 항저우에서 머물렀던 ‘청태 제2여사’와 광복군이 미 전략정보국(OSS) 훈련을 받은 곳 등을 새롭게 발견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도 찾아내지 못한 흔적들이 많다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그는 이렇게 모은 자료와 임시정부 요인 후손과 독립유공자 진술을 토대로 방송용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최근에는 임시정부 수립 90주년을 기념해 DVD로 만들었다. 중국 내 임시정부 유적지는 재개발 등으로 흔적없이 사라진 곳도 많아 이씨의 사진?영상 등은 소중한 사료가 되고 있다.
그는 다큐멘터리에서 못다 풀어낸 얘기를 ‘국새’라는 소설에 담았다. 최근에는 임시정부 27년사를 한권의 책으로 펴내기 위한 원고작업을 마쳤다. 독립유공자, 후손들의 진술을 엮은 증언자료집 발간도 계획 중이다. 또 지난달 25일에는 20여명과 뜻을 모아 ‘대한민국 임시정부 사적지 연구회’를 발족시켜 임시정부 역사 찾기에 헌신하고 있다.
이씨의 바람은 아직 ‘구상’ 단계지만 답사단을 이끌고 다시금 임시정부 27년 행적을 순례하는 것이다. 그는 “임정 요원이 머물던 곳은 판잣집처럼 허름하거나 반지하에 흙바닥으로 초라했다”면서 “어려운 환경에서 조국 해방의 꿈을 버리지 않고 고생하신 선열들의 발자취를 돌아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그분들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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