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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 열사 순국 102주기…헤이그 '이준평화기념관'

입력 : 2009-07-14 11:21:16 수정 : 2009-07-14 11: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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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07.14 순국하신 그날처럼 태극기 휘날려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이준열사기념관 전경.
네덜란드 헤이그 시내 중심가 한 건물엔 언제나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다.

이역만리 떨어진 헤이그에서 태극기를 보자 반가움과 함께 가슴 뭉클함이 느껴졌다. 전 세계에 을사조약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고종황제 밀명을 받고 헤이그를 찾은 이준 열사가 102년 전인 1907년 7월14일 순국한 바로 그 건물이다.

이 열사 일행이 만국평화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네덜란드에 첫발을 내디뎠을 헤이그 HS 기차역. 이곳에서 시내 방향으로 걸어 7분 거리에 위치한 ‘드 용’ 호텔을 지난 7일(현지시간) 찾았다.

이 호텔은 현재 이준열사기념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당시 이 열사 일행이 호텔에 도착해 가장 먼저 한 일은 호텔 방 밖으로 태극기를 내거는 것이었다. 대한제국이 독립국가임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102년이 지난 지금은 유럽에서 유일한 항일 유적지임을 알리는 태극기가 그때처럼 내걸려 있다. 매일 아침 1시간30분가량 떨어진 암스테르담에서 기차로 출근하는 교민 이기항(73)·송창주(70)씨 부부가 내거는 태극기다. 이씨 부부는 1995년 사재를 털어 이 건물을 인수하고 기념관으로 조성한 주인공이다.

3층짜리 기념관 외벽엔 ‘YI JUN PEACE MUSEUM(이준평화기념관)’이란 영어 문구가 새겨 있다. 한글로 ‘이 집은 이준 열사가 순국하신 역사적인 집입니다’라고 쓰인 조그마한 현판이 내걸린 문을 열고 기념관에 들어서자 2층으로 이어진 좁은 계단이 나타났다.

계단을 오르자 어떤 불의에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눈매의 이 열사 흉상이 눈에 들어왔다. 이어 이 열사와 함께 헤이그를 찾은 이상설, 이위종 열사 일행의 두 달간 힘든 여정을 소개하는 각종 지도와 을사조약 사본 등이 전시돼 있었다.

◇헤이그 이준열사기념관 ‘이준열사 방’에 당시에 사용한 것과 같은 침대, 옷, 사진 등이 전시돼 있다.
기념관은 이 열사 일행이 머물렀을 당시 호텔 방 모습을 재현해 놓고 있다. 2층에 위치한 ‘이준 방’과 3층 ‘이상설 방’, ‘이위종 방’ 등에 전시된 물품은 이씨 부부가 고가구 시장을 뒤져 모은 것들이다. 이씨 부부는 당시 신문기사 등을 참고해 100여년이 된 침대와 둥근 테이블, 고서, 전화기, 스토브 등을 구해 전시관을 꾸몄다. 이 열사 일행이 이곳에 머물 당시 느낌을 그대로 주기 위해서였다. 그동안 호텔과 여관 등으로 이용되면서 사라진 이 열사 일행의 흔적이 노 부부의 노력으로 되살아난 것이다.

기념관에는 제2차 만국평화회의 초청국 명단과 당시 특사들의 현지 활동을 상세히 보도한 만국평화회의보, 열사 일행이 받은 대한민국 훈장 등 200여점의 자료가 전시돼 있다. 초청국 47개국 명단에는 알파벳 순으로 12번째에 불어로 ‘COREE’라고 적혀 있다. 우리나라가 당시 회의 불청객이 아니었고 일제 방해로 참석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고국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탓일까. 이 기념관을 찾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가 않다. 지난해에는 2500여명이 찾았을 뿐이다. 하루 한 명도 찾지 않는 날도 종종 있다고 한다. 102년 전 열사 일행도 낯선 땅에서 그렇게 외로웠으리라.

이씨 부부는 그래도 매일 오전 10시 어김없이 기념관 문을 연다. 이런 노력 덕에 헤이그시도 기념관을 시내 유적지로 여행책자에 소개하고 있다.

이씨 부부의 바람은 기념관을 유럽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들의 유적지로 확대 운영하는 것이다. 건물 1층까지 기념관을 확대하고 싶지만 비용 등 문제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이준아카데미의 이기항 원장은 “러시아와 영국 등에서 항일운동을 하다 순국한 독립투사 흔적을 지금은 찾아볼 수조차 없는 상황인데, 그분들의 활동 상황을 헤이그에 같이 전시했으면 좋겠다”며 “정부 등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이 일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헤이그=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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