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서 강도높은 현장점검

산업현장의 ‘무재해’를 외쳐온 정부도 18년 만에 ‘산업재해자 10만명 시대’로 퇴행할 것을 우려하며 현장 지도에 나서는 등 잔뜩 긴장하고 있다.
1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산업재해 발생자 수는 2005년 8만5411명에서 2006년 8만9910명, 2007년 9만147명, 2008년 9만5806명, 2009년 9만7821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올해 상반기 재해자 수는 4만8066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6.3%(2861명) 증가했다. 이 추세라면 산술적으로 연말에는 산업재해자 수가 10만명을 돌파한다.
고용부 관계자는 “연초부터 재해자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며 “연말이면 10만명을 넘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근로자 100명당 재해자 비율인 재해율도 올 상반기 0.33%로, 작년 상반기 수치(0.32%)를 이미 앞질렀다.
정부는 ‘연 0.6%대’ 재해율 진입을 위해 지난 10여년간 애를 태웠으나 올해도 달성이 쉽지 않게 된 셈이다.
통상 산업재해는 집중호우나 폭염 등 날씨 변덕이 심한 하절기(6∼8월)와 기온이 떨어지는 연말(11, 12월)에 큰 폭으로 늘어난다.
최근에도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7일 부산 해운대구에 소재한 현대아이파크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 신축현장에서는 64층 건물 밖에서 작업 중이던 노동자 3명이 갑작스러운 발판 추락으로 사망했다. 또 이틀 뒤 29일엔 경기 용인의 현대차 연구단지 내 8층짜리 리모델링 공사장에서 비계(작업용 가시설물)가 주저앉아 협력업체 노동자 1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형적인 안전불감증에 따른 사고들”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산업재해자 10만명’이란 숫자가 불러올 파장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 산업재해는 1992년 10만7000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18년 동안 9만명선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고용부와 검찰은 지난 6월부터 45일간 합동으로 전국의 1만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현장 안전점검을 벌였다. 작년까지만 해도 800여곳을 점검했으나 올해는 그 대상을 10배 이상 늘렸다. 고용부는 “중소규모 사업장을 대거 포함시켰다”며 “결과가 종합되는 대로 검찰 지휘를 받아 사법 및 행정조치를 취하고 경각심을 고취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장을 지낸 박두용 한성대 교수(기계시스템공학과)는 “압축성장 시기에 만들었던 산재인정시스템이나 산재보험기금 등의 틀을 재정비할 단계가 됐다”며 “늘어나는 재해자와 사고 유형을 면밀히 살펴 결정적으로는 사망사고를 줄이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 말 현재 한국의 산재사망 10만인율(근로자 10만명당 사망자)은 20.99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1개 회원국 중 1위를 차지했다. 이는 2위를 기록한 멕시코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조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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