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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되기 싫다”… 안타까운 노인 자살

입력 : 2011-03-09 22:29:51 수정 : 2011-03-09 22:2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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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명당 77명… 20년새 5배↑
경제능력 없어 극단적 선택
“자식들에게 짐이 되기 싫어 이제 갈란다.”

지난 3일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에 사는 이모(77·여)씨는 아들(44)과 통화하면서 이 같은 말을 남긴 뒤 농약을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가족에 따르면 평소 이씨는 관절염과 천식 등 지병 때문에 병원에 입원해 치료받으면서 신병을 비관해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남겼다고 한다.

독거노인과 경제 능력이 없는 노인인구가 늘어나면서 노인들의 자살이 증가하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 자살자가 20년 전에 비해 5배 이상 늘었으며, 이 같은 노인 자살률은 젊은 층 자살률의 3배 가까이 될 정도로 심각하다.

특히 우리 사회가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복지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등장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우리 사회가 빠른 속도로 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노인복지에 대한 정부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9일 서울 종로3가에서 한 노인이 생계유지를 위해 수집한 폐지가 들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자루를 둘러메고 걸어가고 있다
이종덕 기자
9일 한림대 의과대학 김동현 교수가 최근 발표한 ‘우리나라 노인 자살의 역학적 특성’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09년 우리나라 인구 10만명당 65세 이상 노인 자살자는 77명으로, 1990년 14.3명의 5.38배에 달했다.

이는 우리나라 인구 10만명당 15∼34세 자살자가 1990년 9.3명에서 2009년 23.2명으로 2.49배, 35∼64세 자살자는 1990년 10.5명에서 35.9명으로 3.41배 증가한 것보다 상승폭이 훨씬 큰 것이다.

특히 65세 이상 남성 자살자는 123.5명으로 1990년 23.4명보다 5.27배 증가해 같은 기간 1.99배 늘어난 젊은 층(15∼34세)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

이같이 최근 20년간 노인 자살률이 급증한 것은 핵가족화 등 가족 해체가 가속화되면서 경제력을 상실한 노인들이 크게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 교수는 “2000년 이후 사회 양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경제력이 없는 노인들이 설 곳을 잃어가고 있다”며 “핵가족·고령화사회에서 별다른 소득 없이 병들고 소외된 노인들이 자식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상당수 노인들이 충분한 준비 없이 노후를 맞이하는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 노인 자살은 사회적 재앙이 될 수 있다”며 “노인 복지 실태를 점검해 근본적인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춘천=박연직 기자 repo2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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