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초중고 96% ‘발암물질’ 석면 검출

6개 시·도 조사… 80년대 이전 건물선 100% 나와
천장이 가장 심각… 복구비용 5조4000억 넘게 들어

서울을 포함한 전국 6개 시·도 유치원과 초·중·고교 10곳 가운데 9곳 이상에서 암 유발 물질로 지정된 석면이 검출돼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교육시설의 석면 건축재를 해체·철거한 뒤 복구하는 데 5조4000억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다.

10일 경기도교육청이 교육과학기술부와 전국 시도교육청에 공개한 ‘학교석면 안전관리 최종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경기 등 전국 6개 시·도의 유치원과 초·중·고 및 특수학교 100곳을 표본조사한 결과 96곳(96%)에서 석면이 나왔다.

교실 천장과 벽면, 바닥 등에서 채취한 시료 1008개 중 769개(76.3%)에서 백석면이나 갈석면이 검출됐다. 학교별 석면 검출률은 ▲유치원·고교 100% ▲초교 97.1% ▲중학교 92.9% ▲특수학교 80% 등이다.

석면이 검출된 건축재는 천장 텍스가 638개(82.9%)로 가장 많았고, 이어 벽면재인 밤라이트 110개(17.2%), 슬레이트 18개(2.3%), 가스켓 2개(0.3%) 등이다.

건축 연도별로는 1980년대 이전에 지어진 63개 교육시설은 석면 검출률이 100%에 달했고, 1980∼1990년대 시설과 1990∼2000년대 시설은 각각 82.5%와 85.7%의 석면 검출률을 보였다.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여겨졌던 2000년 이후 지어진 교육시설에서도 8곳 중 5곳(62.5%)에서 석면이 나왔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는 학교 건축물의 주기적인 개보수 작업에 기인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석면 안전시설 상당수가 개보수 과정에서 석면 함유 건축재가 사용된 탓에 석면위험 시설로 탈바꿈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육안검사 방식으로 실시된 16개 시·도교육청의 석면실태 조사에서도 전체 1만9815개교의 85.1%에 해당하는 1만6873개교가 석면 의심시설로 분류됐다.

연구진은 즉각적인 출입금지·폐쇄조치가 요구되는 관리등급 1급 시설은 없지만 석면의심시설 대다수(1만325개교·61.1%)가 위험성이 높은 2∼3급으로 파악됐다. 나머지 6548개교는 보통 수준의 위험성을 지닌 4∼5급으로 분류됐다.

석면의심 물질이 사용된 공간의 면적은 총 4073만7977㎡로 집계됐으며, 이를 안정화 방식을 통해 유지 관리하는 데는 1조8872억여원이, 해체·철거·복구하는 데는 4조462억여원∼5조4646억여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다.

주로 건축자재, 전기절연재 등으로 사용되는 석면은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유입되면 폐암이나 폐증, 늑막이나 흉막에 악성종양을 유발할 수 있는 물질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의 국제암연구소(IARC)는 석면을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이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