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측 “방학 중이라 개편 못했다”… 군색한 변명만 “학교 홈페이지에서 학교폭력에 관한 정보를 전혀 찾을 수가 없네요. 홈페이지는 학교의 얼굴인데….”
서울의 한 경찰서에서 학교폭력을 담당하는 A경정의 표정이 굳어졌다. 일선 학교에서 학교폭력과 관련해 홈페이지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일일이 사이트를 열어봤지만 제대로 홍보가 돼 있는 곳을 찾기 힘들었던 것. A경정은 “117 신고전화 등을 알리는 데 학교 측이 소극적인 것 같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정부가 지난 6일 종합대책을 내놓는 등 학교폭력 근절을 범국가적 의제로 제시했지만, 정작 일선 학교 홈페이지에서 학교폭력 근절 의지를 느낄 수 있는 곳은 드물었다. 취재팀이 20일 서울시내 중학교 64곳의 홈페이지를 검색한 결과 메인 화면에 ‘117 학교폭력 통합신고전화’나 관련 기관 링크를 걸어둔 곳은 12곳이 고작이었다. 그나마 새로운 대책을 반영한 학교는 3곳뿐이었다.
다른 구 상황은 더 심각했다. 동작구에서 팝업창을 띄운 곳은 1개 학교뿐인데, 2010년 3월 게시한 것이었다. 관악구의 경우 팝업 공지를 한 4개 학교 중 1곳만 최근 대책을 반영하고 있었고, 영등포구 역시 최근 대책을 홈페이지에서 제대로 알리고 있는 학교는 1곳에 불과했다.
홈페이지 접속 시 나타나는 메인 페이지도 제대로 관리되는 곳이 드물었다. 대다수 학교가 과거 대책을 배너광고 등을 통해 알리고 있을 뿐 ‘신고전화 117’ 등을 눈에 띄게 배치한 곳은 없었다.
이런 상황은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이 활성화되고 홈페이지 활용도가 낮아지면서 관리가 소홀해진 데 따른 측면도 있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학교 측의 성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주부 박모(45)씨는 “학부모 입장에선 학교 홈페이지가 접근하기 가장 편한데, 막상 들어가 보면 이번에 발표된 정부 대책은 고사하고 아무런 정보도 얻을 수 없다”며 “무슨 일이 생겼을 때 홈페이지만 접속하면 바로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서구의 한 중학교 관계자는 “아직 공문을 받지 못한 데다, 방학과 맞물려 인사이동이 많아 홈페이지를 개편하지 못했다”며 “3월 개학과 동시에 팝업창을 만들고 학부모에게 문자로 공지하는 등 적극 홍보하겠다”고 해명했다.
오현태·박영준 기자 sht9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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