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목격자 없어 미궁에 실종된 지 8일 만에 시신으로 발견된 부산 여대생 문모(21)씨의 사인은 부검결과 익사로 밝혀졌지만 문씨의 행적을 증명해줄 폐쇄회로(CC)TV, 익사 경위, 목격자 등이 없어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다. 경찰은 단순 실족사와 자살, 타살 등 모든 가능성을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결과 사인이 전형적인 익사로 밝혀짐에 따라 일단 실족사에 무게를 두고 있다.
문씨의 시신이 발견된 대천공원 호수는 높이 1.2m 철제 펜스로 둘러싸여 있다. 일부 산책객들이 종종 철제 펜스를 넘어 호수 계단에서 쉬기도 해 문씨가 펜스를 넘어갔다가 실수로 물에 빠졌을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실수로 물에 빠졌다면 본능적으로 허우적거렸을 텐데 시신 발견 당시 귀에 이어폰이 꽂혀 있었다는 점은 의문이다.
경찰은 문씨가 대학에서 전과를 하기 위해 공부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우울증 증세가 있었다는 유가족들의 말을 토대로 자살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경찰은 문씨가 남긴 메모와 친구들의 진술에서 문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만한 특별한 이유를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문씨가 산책하러 나간 지 30분 만인 4일 오후 11시50분쯤 어머니에게 전화로 “강가(대천천)다. 곧 들어간다”고 말한 것에서도 자살 징조를 찾을 수 없다.
경찰은 문씨의 시신 인양과 함께 휴대전화도 물속에서 수거했다.
문제는 문씨의 실종 5, 6일째인 지난 9일과 10일 모두 3차례에 걸쳐 문씨의 휴대전화 신호음이 인근 기지국에서 포착됐다는 점이다.
경찰은 문씨의 휴대전화 신호가 지난 9일 오후 12시18분, 같은 날 오후 5시47분, 다음날인 10일 오후 4시18분에 한 차례씩 좌동 해운대교육지원청 옥상에 설치된 기지국에 잡혔다고 밝혔다.
문씨가 실종 당일인 지난 4일 밤이나 5일 새벽 사이 실족이나 자살 등 어떤 요인에 의해 물에 빠졌다면 물속에서 5∼6일이 지난 휴대전화가 신호음을 보낸 셈이다.
경찰은 휴대전화가 마지막으로 신호를 보낸 10일 오후 4시18분 이후에 물속으로 던져졌을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다.
부산=전상후 기자 sanghu6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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