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年 2만명 ‘귀국자녀’ 88% “다시 외국 갈래”

입력 : 2012-07-18 23:14:06 수정 : 2012-07-18 23: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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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한국어탓 왕따 등 당해 정신적 미아로
특별학급 턱없이 부족 … 교육 사각지대 방치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줄곧 외국에 살다가 최근 귀국한 박모(12)군은 학교에서 ‘왕따(집단따돌림)’에 시달리고 있다. 친구들은 한국어가 서툰 박군을 도와주기는커녕 걸핏하면 팝송이나 영어 욕설을 해보라고 괴롭히기 일쑤다. 선생님이 내주는 숙제 지시도 알아듣기 힘든 일이 많아 학우들이 바보라고 놀리기도 한다. 박군은 요즘 부모에게 “다시 외국으로 나가자”며 조르고 있다.

외교관이나 상사 주재원인 부모를 따라 조기유학 생활을 하고 돌아온 ‘귀국자녀’들이 국내에서 학교에 정착하지 못하고 정신적 미아로 전락하고 있다. 초중고생인 이들이 정체성 혼란을 극복할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18일 숙명여자대학교 글로벌인적자원개발센터가 최근 교육과학기술부에 제출한 ‘조기유학 후 귀국한 학생들의 학교생활 부적응 사례 조사 및 교육지원방안 연구’에 따르면 귀국자녀 중 상당수가 국내는 물론 외국 학교 어디에도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설문에 응한 귀국자녀 200명 중 88%(176명)가 “외국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답했고, 응답자 대부분이 한국어 구사와 문화적 차이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했다. 취재 결과 심지어 정체성 혼란과 부적응으로 정신병원 상담을 받거나 치료를 받는 사례도 자주 발견됐다.

한유진 숙명여대 교수(글로벌서비스학)는 “귀국자녀는 대체로 우리나라 학교 시설이 외국보다 낙후하고 재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문제는 귀국자녀의 20∼30%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막상 외국 학교에서도 제대로 적응을 못 한 어중간한 상태인 것으로 진단됐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교육 사각지대에 놓인 귀국자녀 수는 해를 거듭할수록 누적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조기유학을 떠났다가 다시 국내 초·중·고로 편입한 학생 수는 2007년 2만277명, 2008년 2만2263명, 2009년 2만3698명, 2010년 1만9985명 등으로 매년 2만명 선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과 부산, 대전 등의 초·중등학교에 설치된 귀국학생 대상 특별학급에 입학하는 학생은 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따로 특화된 교육과정이 없는 일반학교나 학원으로 진학한다.

이 과정에서 귀국자녀들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잃어버리기도 한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문화적 차이 때문인지 귀국자녀가 가끔 오해를 하면서 또래 친구나 교사와 충돌하는 일이 있다”면서 “외국 생활에서 체득한 어학능력 등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상사주재원 남편을 따라 외국에서 생활하다 최근 귀국한 40대 주부는 “초등학생 딸이 영어를 잘한다고 친구들에게서 한때 왕따를 당했다”면서 “영어 구사력도 유지하고 친구도 만들어 주려고 주변에서 비슷한 나이의 귀국자녀를 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귀국자녀에 대한 상담을 하고 있는 TCK코리아 대표 이사벨 민씨는 “귀국자녀가 겪는 적응의 어려움은 간혹 우울증으로 잘못 진단될 만큼 심각하다”면서 “귀국자녀가 계속 증가하는 점을 감안해 상담지원 등 정부 차원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hjun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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