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 공동체 형태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러 시대를 걸쳐 형성되어 왔다. 과거 우리 선조들의 농촌공동체인 ‘두레’에서부터 중세 프랑스의 주민자치공동체인 ‘코뮌(Commune)’까지, 당시 사회를 형성하는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 또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다양한 방식의 공동체가 탄생했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지속 가능한 삶을 근본 원리로 삼는 ‘생태공동체(Eco-Village)’가 등장했다. 도시 발전에 따른 환경 파괴와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부조리한 경제 구조, 불균형한 교육 실태 등 현대 사회의 제반 문제들의 대안으로 형성된 생태공동체는 ‘무한한 미래에도 성공적으로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을 추구하는’ 뜻을 가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이루어진 공동체다.
생태공동체는 주거와 생업, 놀이와 예술, 육아와 교육 등 삶의 모든 양상을 공동체 구성원들이 ‘함께’ 만들어간다는 생활 공동체의 특성을 갖는다. 그중에서도 여타 공동체와 생태공동체가 가장 차별화된 점은 자연 생태와의 조화를 이룬다는 것. 일상을 살면서 신경 쓰지 못하는 자연 환경 보호의 문제를 생태공동체에서는 삶을 통해 실현하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의 선인(仙人)들의 지혜를 본받아 생태적인 삶을 꾸려나가는 ‘선애빌’의 경우 명상학교에서 만난 사람들이 뜻을 모아 일궈낸 생태공동체다. 선애빌에서는 공동 주방에서 함께 식사 준비를 하고, 세탁기와 냉장고 등 각종 가전제품도 공용으로 사용한다. 비누와 세제 등은 천연 재료로 직접 만들 뿐 아니라 생활용품도 공동으로 보관하는 등 불필요한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고 환경오염을 방지하는 삶을 살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공동체적 삶을 통해 일궈낸 것은 환경 보호뿐만이 아니다. 교육공동체이자 지식공동체인 선애빌에서는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놀고 환경과 생태적인 삶 속에서 건강한 지식을 자발적으로 습득할 수 있는 동기를 만들어냈다. 공동체 학교이자 대안학교인 ‘선애학교’의 학생들은 한자가 가득한 두꺼운 고전 서적을 일주일 만에 독파할 정도로 공부를 원하는 만큼 자유롭게 즐기고 있다.
이처럼 지구 위기 시대의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는 생태공동체는 현재 전 세계 각지에서 생태적인 삶과 함께 교육, 문화, 영성 등 다양한 분야를 교류하는 대안공동체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에도 선애빌을 비롯해 경남 안솔기 마을, 지리산 두레 마을, 경기도 산안 마을 등 여러 곳에서 생태공동체 운동을 통해 작지만 깊은 울림을 전파하고 있다.
생태공동체가 형성되는 과정과 실제 생태공동체의 삶, 그리고 그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자세하고 재미있게 엮어낸 책으로는 생태공동체 선애빌 사람들이 공동으로 저술한 ‘생태 공동체 뚝딱 만들기(도서출판 수선재)’를 추천한다. 한의사, 교사, 악기 연주자 등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던 사람들이 생태공동체의 주민이 되기까지의 진솔한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다.
바쁜 일상에 치여 마음의 여유가 없거나 푸른 자연 속에서의 삶을 꿈꾸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생태공동체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 보는 것도 좋다. 생태적인 삶이란 반드시 특별한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니라 마음만 있다면 누구나 시작할 수 있는 삶의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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