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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 민영은이 청주 대표하는 교육자라고?

입력 : 2013-07-18 21:23:58 수정 : 2013-07-18 21: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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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향토문화 소개 사이트에 비난 빗발 충북 청주시는 ‘친일파’ 민영은의 후손과 토지 반환 소송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청주시가 개설한 인터넷 사이트에는 민영은을 일제시대 지역을 대표하는 ‘육영 독지가’였다고 소개해 빈축을 사고 있다.

18일 청주시에 따르면 국비 3억원, 시비 3억원 등 모두 6억원을 들여 2006년 ‘디지털 청주문화대전’이라는 사이트를 개설해 청주의 향토문화를 소개하는 온라인 서비스를 하고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위탁 운영하는 이 사이트는 청주의 역사와 문화유산, 인물정보 등에 관한 기초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이 사이트는 근현대 인물 정보란에서 민영은을 일제강점기 지역을 대표하는 교육자로 정의하고, 가계·경력·활동사항 등을 소개하고 있다.

민영은은 민족문제연구소가 펴낸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이 올라 있는 충북의 대표적인 친일 인사다. 이 사이트는 민영은의 주요 활동사항으로 1936년 김원근 선생 형제가 청주상업학교를 설립할 때 협조를 아끼지 않았고, 1년 뒤 석교초등학교를 설립할 때도 자기 토지를 학교 부지로 내놓는 등 일제강점기 이 지역의 학교 설립에 공헌했다고 전했다.

유적 정보란에서는 민영은의 묘비를 소개하는 사진·동영상 자료와 함께 ‘근현대의 육영 독지가 민영은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1976년 11월에 세운 묘비’라고 설명했다. 민영은의 친일 행적에 대해서도 다루기는 했지만 2002년 친일파 708인, 2008년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 수록 예정자,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의 친일반민족행위 704인 명단에 각각 포함돼 있다고 언급한 것이 고작이다. 이마저도 지난 3월 민족문제연구소 충북지부의 요청을 받고서야 추가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이 사이트에 누리꾼의 비난글이 쇄도하고 있다. 아이디 ‘지나가는 이’는 “친일파 민영은의 후손들이 땅 찾는다고 (청주시를 상대로) 소송 걸고 난리던데 국민 세금으로 친일파 무덤을 문화재인 양 보여주고, 좋은 이야기만 써 놓다니 어이가 없다”고 비난했다.

김성진 민족문제연구소 충북지부 사무국장은 “민영은 후손과 소송을 벌이는 청주시가 국민 세금이 들어간 사이트에서 그를 미화하고 홍보하는 꼴”이라며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청주시가 내용 수정작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영은의 후손들은 2011년 3월 청주 도심인 청주중학교와 서문대교, 성안길 부근에 있는 12필지(총 1894.8㎡)의 도로를 철거하고 토지를 인도하라며 청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청주지법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민영은 후손의 손을 들어줬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청주=김을지 기자 e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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