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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잃은 독립운동가 후손 ‘안타까운 절규’

관련이슈 이천 냉동창고 화재 참사

입력 : 2008-01-10 16:28:40 수정 : 2008-01-10 16:2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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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이천 냉동창고 화재로 아들 김군(26)씨를 잃은 독립운동가 김규식 장군의 외증손자 김용진씨(왼쪽)가 9일 오후 화재현장을 침통한 모습으로 지켜보고 있다.



이천=연합뉴스
이천 냉동창고 화재로 목숨을 잃은 중국동포 김군(26)씨가 독립운동가 김규식(金圭植) 장군의 후손으로 밝혀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김군씨의 아버지 김용진(57)씨는 일제강점기 만주에서 ‘한족회’와 독립군 서로군정서 대표로 활동했고 이후 남만주의 대표적인 독립운동단체인 ‘정의부’에서 항일투쟁을 전개했던 김규식 장군의 외증손자다.

그의 외증조부는 임시정부를 이끌었던 우사(尤史) 김규식(金奎植) 선생과는 동명이인이며 항일무장투쟁을 전개했던 독립운동가로 1996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았다.

2000년 한국으로 와 2005년 국적을 획득한 김용진씨는 지난해 중국에 있던 아들 김군씨가 취업 문제로 어려움을 겪자 “한국에 와서 일해보라”며 초청했다.

지난해 12월31일 입국한 김군씨는 서울 구로구 아버지의 집을 찾아 이틀을 묵은 뒤 지난 2일부터 일당 7만원에 숙식까지 해결할 수 있는 이천 냉동창고로 향했고 5일 뒤 변을 당했다.

김씨는 자신의 초청으로 온 아들을 7년여 만에 만나 이틀을 함께 지내고는 영영 헤어지게 된 뒤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었다”고 했다.

9일 경기도 이천 화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만난 김씨는 두 손에 외증조부 김규식 선생의 훈장증과 자신의 호적등본을 꼭 쥐고 있었다. 김씨는 “한국에 와서 국적을 획득할 때도, 산업재해로 왼팔을 못 쓰게 됐을 때도 내가 독립운동가 후손이라는 것을 내세운 적이 없다”며 “하지만 이번만은 내 아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서라도 도움을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이번에 아들과 함께 일했던 사위도 죽어 딸과 쌍둥이 손자가 살 길이 막막해졌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희생자 중 박용식(31)씨가 김씨의 사위로 딸 김향(30)씨와 결혼해 지난해 쌍둥이를 낳았다. 아들과 사위를 산업재해로 잃게 된 김씨 자신도 지난해 일터에서 산재를 당해 왼쪽 손을 쥘 수 없게 됐다.

김씨는 현재 서울 구로구에 있는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22만원짜리 단칸방에서 부인과 함께 살고 있다.

김씨는 “항상 독립운동가 후손이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했지만 아들은 중국 국적으로 불에 타 숨져 보상마저 불투명한 상태”라며 “조국이 내 아들의 목숨마저 차별한다면 참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천=송성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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