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선 “교육감 지시는 무효”… 일선 학교 혼선 학교폭력 사실의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기재 문제를 놓고 교육과학기술부와 경기도교육청이 마찰을 빚으면서 일선 학교가 혼란에 빠졌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학교폭력에 대한 ‘학생부 기재 불가’ 천명에 이어 일선 학교에 이미 기재돼 있는 내용까지 삭제하라고 지시를 내리자 교과부가 기재하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주겠다는 공문을 보냈기 때문이다.
9일 경기도교육청과 일선 고교에 따르면 김 교육감은 6일 오후 5시 25개 지역교육청 교육장 및 학생부 업무 담당자, 학교폭력 관련 3학년생이 있는 103개 고교 교장을 긴급 소집했다. 김 교육감은 이 자리에서 올해 대학입시와 관련해 고3 학생들의 학생부를 대학에 제공할 때 학교폭력 내용을 기재하지 말고 이미 기재한 내용도 삭제하도록 지시했다.
교과부는 7일 오전 각 고교에 직접 두 차례 공문을 보내 “어제 김 교육감의 지시는 무효”라며 교과부 지시대로 오후까지 학교폭력 사실을 학생부에 기재하고 교장이 최종 승인할 것을 요구했다. 기재 내용을 출력해 10일까지 교과부에 보고하지 않으면 미기재 학교로 분류하겠다고도 했다.
이에 일선 학교 교장들은 당혹감과 답답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도 교육청 긴급회의에 참석한 한 고교 교장은 “당시 회의에서 도 교육청 관계자가 학생부에 기재된 학교폭력 기재 내용을 삭제하거나 미기재하도록 한 교육감 지시의 법적 근거를 설명했다”며 “교육감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다고 교과부 지시를 따르지 않을 수도 없다”며 “현재 교장들은 학생부에 폭력 사실을 기록하면 도 교육청으로부터, 기록하지 않으면 교과부로부터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한 고교 교장도 “정치적으로 변질된 두 기관의 싸움에 왜 교장들이 이렇게 마음고생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과부는 지난 3일 현재 경기도 내 1개 고교만이 학교폭력 내용의 학생부 기재를 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가운데 이날까지 해당 고교 교장 및 담당 교사들을 대상으로 교과부 지침에 따를 것을 종용하고 있다.
앞서 김 교육감은 지난달 23일 형평성 문제와 위헌 가능성, 인권 침해 등을 이유로 학교폭력 내용의 학생부 기재 보류 방침을 결정하고 각 학교에 통보했다. 교과부는 이에 대해 시정명령 및 직권취소 처분을 한 뒤 각 학교에 직접 학생부 기재를 주문했으며, 도 교육청도 지난달 29일 대법원에 교과부의 직권취소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하며 맞받아쳤다.
교과부가 학생부와 관련해 지난달 28일부터 도 교육청 및 일선 학교를 대상으로 특정감사에 들어가자 항의표시로 200시간 연속 비상근무에 들어간 김 교육감은 이주호 교과부 장관의 퇴진을 요구해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수원=김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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