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서식지” 환경단체 비판 한라산 천연보호구역 인근까지 추진되는 관광개발 사업으로 생태계 파괴가 우려되고 있다.
12일 제주도에 따르면 한라산국립공원 관음사 등반안내소 앞 제주시 오등동 부지 14만3181㎡에 850억원을 들여 2016년까지 숙박과 휴양시설을 조성하는 ‘제주 힐링 인 라이프’ 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용지는 해발고도 520∼580m의 고지대다. 개발사업은 환경영향평가 초안 공람이 끝났으며 환경영향평가 심의를 남겨놓고 있다. 심의가 완료되면 개발사업 승인 여부가 결정 난다.
지역 환경단체들은 생태계가 파괴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해당 사업 용지는 난개발 논란이 불거진 백통신원이나 롯데관광단지 개발사업 용지보다 해발고도가 높아 해발 800∼1300m의 한라산 천연보호구역 앞까지 잠식하게 된다”며 “중산간지역의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경관 훼손 논란이 일고 있는 상태에서 이런 사업이 추진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최근 사업자가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이 부실평가 우려가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평가서에는 사업용지에 보호가치가 있는 멸종위기종이나 보호종은 없다고 기술했지만, 이 지역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두견이와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팔색조, 멸종위기종인 긴꼬리딱새가 번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또한 이 지역이 세계자연유산, 생물권보전지역의 핵심지역인 한라산국립공원과 바로 인접한 완충지역에 해당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주장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지금처럼 중산간지역의 ‘마구잡이 개발’을 허용하면서 제주도가 세계환경수도 지정 추진을 얘기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2011년 12월 제주도 도시계획위원회는 사전 입지검토 자문회의에서 “이 지역이 보전관리지역이면서 제주도 생물권보전지역상 핵심지역인 한라산국립공립과 접한 완충지역이어서 개발은 원칙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며 “다만 개발이 불가피한 경우에도 생태적으로 건전한 활동이 이뤄지도록 하고, 양호한 수림대는 원형을 보전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디.
제주도는 “환경영향평가 심의를 마친 뒤에도 경관심의위 등 6개 심의위원회를 거쳐 도의회 승인까지 받아야 사업이 현실화된다”며 “현재로서는 사업 진행 여부를 판단할 수 없는 단계다”고 선을 그었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