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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짝이며 기쁨’이었던 텔레비전 어느날 갑자기 없어지고 나니…

입력 : 2010-11-12 22:56:05 수정 : 2010-11-12 22:5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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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스미스 지음/지우 그림/신정숙 옮김/꿈틀/1만원
텔레비전이 없어진 날/에밀리 스미스 지음/지우 그림/신정숙 옮김/꿈틀/1만원


어른들은 ‘텔레비전 많이 보는 건 좋지 않다’고 말했지만, 제프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제프는 텔레비전에 나오는 프로그램이라면 무엇이든 다 보았다. 그야말로 모조리. 텔레비전을 보는 일보다 더 중요한 건 없었다. 제프에게 텔레비전은 친구였고 단짝이었으며 기쁨이자 취미였다. 심지어 어떨 땐 꿈속에서조차 텔레비전을 보았다. 엄마의 말도 들리지 않았다.

급기야 어느 날 제프에게 아주아주 끔찍한 일이 벌어진다. 엄마가 텔레비전 플러그를 뽑아 번쩍 들어 벽장에 넣고 자물쇠로 잠가 버린 것이다.

제프의 생활은 ‘이전’과 ‘이후’로 나뉘어 완전히 달라졌다. ‘이전’이라 함은 엄마가 텔레비전 플러그를 뽑기 전이고, ‘이후’라 함은 엄마가 텔레비전 플러그를 뽑은 후이다.

제프는 모든 게 무료했다. 집에 와도 심심했고, 학교에 가선 텔레비전에서 본 프로그램 이야기를 하는 친구들의 말을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더구나 친한 친구들이 대화 소재로 삼은 ‘사이버넛’ 프로그램에 대해선 전혀 감도 잡히지 않았다. 혼자 많이 힘들어하던 제프는 급기야 왕따가 되었다. 자존심이 심하게 상한 제프는 텔레비전을 봐야 한다고 엄마에게 짜증도 내보고, 애원도 해보았지만 엄마는 요지부동이었다.

텔레비전을 볼 수 없게 된 제프는 남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좋을지 몰랐다. 엄마는 제프에게 운동도 시켜 보고, 체스 놀이도 하고, 도서관에도 함께 가지만 제프는 도통 흥이 나지 않았다. 다만 도서관에서 억지로 본 몇 권의 과학·수학 책 내용과 처음엔 외국인인 줄 알았던 또래 여학생 디지와의 대화만이 유일한 위안이었다. 하지만 텔레비전이 그립기는 역시 마찬가지였다.

텔레비전 없이 사는 것이 처음엔 많이 힘들었지만 제프는 차츰 그런 시간을 통해 주위 친구들을 다시 보게 되고, 좋은 친구도 발견하게 된다. 그동안 관심 없던 분야도 알게 된다. 그러다 다양한 독서를 통해 자칭 해결사라는 별명을 가진 디지의 주선으로 ‘사이버넛’ 게임 프로그램 출연자로 뽑히게 되면서 멋진 체험을 하게 된다.

‘사이버넛’을 단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제프는 책 등 텔레비전이 없어진 뒤에 접한 지식을 이용해 게임을 우승으로 이끈다. 이를 알게 된 친구들의 반응은 예상한 대로다. 충격 그 자체!

마침내 제프의 텔레비전 중독증이 치료되고 균형감각을 갖게 되자 엄마는 텔레비전을 다시 들여놓는다.

책은 이처럼 텔레비전 중독의 심각성을 생각해 보게 하고, 텔레비전 속 세상이 주는 즐거움보다 더 큰 즐거움을 현실에서 누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텔레비전을 정말 던져 버리고 싶었던 때를 떠올리며 쓴 작품이라는 작가는 노골적으로 교훈을 내세우지 않고, 아이들이 관심 있어 하는 소재를 통해 자연스럽게 일상에서 텔레비전을 즐기고 친구를 사귀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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