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자신 있게 말하는 이유는 경치도 경치지만 대곡천이 한반도 선사인들이 남긴 ‘반구대 암각화’(국보 285호)를 품고 있어서다. 사실 그곳에 가도 암각화를 가까이서 볼 수는 없다. 대곡천을 사이에 두고 멀찍이 떨어져 암각화가 있는 바위를 망원경을 통해 바라볼 뿐이다. 그런데도 굳이 여행지로 추천한 것은 이 소중한 문화재가 처한 기막힌 현실 때문이다. 현장에서 반구대 암각화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암각화는 멀게는 7000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돼 우리 문화재의 ‘맏형’으로 불린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도 추진 중이다. 이런 유물이지만 훼손이 심각하다. 대곡천 하류에 사연댐이 생기면서 수위가 높아져 1년에 절반 이상 물에 잠기는 ‘물고문’을 당하고 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를 두고 지방자치단체와 관계기관, 학계, 시민단체가 뒤엉켜 10년 이상 입씨름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아연할 지경이다.
논란의 핵심은 침수 방지 대책이다. 울산시는 암각화 주변에 제방을 쌓자고 한다. 반면 문화재청과 학계, 시민단체는 사연댐 수위를 낮출 것을 주장한다. 울산시는 수위를 낮추면 식수 문제가 생긴다고 하고, 문화재청 등은 제방을 쌓을 경우 훼손이 가속화될 거라고 싸운다. 최근엔 새누리당이 임시 제방을 쌓아 일단 침수문제를 해결하고, 차후에 제방이든 수위조절이든 의견을 나눠 보자고 중재자를 자임했다.
하지만 임시 제방안은 사실상 울산시의 손을 들어준다는 게 문화재청 등의 시각인지라 해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임시 제방을 만들려면 문화재위원회의 현상변경 허가가 있어야 하는데 쉽지 않을 거다.” 문화재청 관계자의 말이다. ‘반구대 청장’으로 불리는 변영섭 문화재청장은 암각화보존운동을 주도해 온 전문가 여러 명을 최근 문화재위원회에 참여시켰다. 문화재청 등은 은근히 박근혜 대통령의 지원을 기대하는 눈치다. 학자 시절 수위조절을 가장 적극적으로 주장했던 변 청장을 임명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는 거다.
암각화로 가는 길은 아름답다. 선사인들도 그 절경에 반해 대곡천 바위에 빼어난 솜씨를 부리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암각화가 처한 현실은 처참하다. 이런 부조화가 안타까움을 더한다. 암각화를 보고 안타까움에 공감하면 빨리 해결하라고 말 한마디 거들고, 글 한번 올리는 것이 어렵진 않을 것 같다. 관심이 모이면 좋은 해결책이 좀 더 빨리 나옴직도 하다.
강구열 문화부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