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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한국영화를 키우는 젊은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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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10-12 22:21:25 수정 : 2012-10-12 22: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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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세대 영화사랑 가장 큰 자산
인재 몰려 이젠 질적 발전 이룰 때
1000만 관객 시대, 한국 영화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까. 영화라는 매체가 지금처럼 대중의 사랑을 받을까 아닐까에 대한 의견은 다양하겠지만, 미래는 젊은이의 선택 방향이 어떤가에 달려 있다고 봐도 될 것이다. 소위 영상세대라 불리는 지금 젊은이를 비롯해 40대까지도 멀티플렉스 영화관 문화에 익숙해 있다. 이를테면 영화관에서 데이트하고 밥 먹고 쇼핑하는 소비문화 패턴이 자리 잡은 세대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점차 줄어드는 도서 판매량과 비교해 볼 때 한 달에 책 한 권 안 읽는 젊은이도 영화 한두 편은 본다는 것이다.

황영미 숙명여대 교수·영화평론가
이를 반증하는 기록은 올 들어 1000만 관객을 넘은 ‘도둑들’을 비롯해 400만 관객 이상을 동원한 한국영화가 7편이 넘는다는 사실에서도 볼 수 있다. ‘댄싱퀸’(402만명),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468만명), ‘내 아내의 모든 것’(458만명), ‘건축학개론’(410만명), ‘연가시’(445만명),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400만명)와 현재 상영 중인 ‘광해: 왕이 된 남자’(840만명 이상)가 기록을 경신 중이다. 인구 5000만 중 절대 다수가 영화를 보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대중의 선택뿐만 아니라 마니아가 모이는 영화제도 마찬가지다. 오늘(13일) 폐막하는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예매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1분34초 만에 매진됐다. 일반 상영작도 예매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인터넷 창이 개설되기를 기다려 바로 클릭해도 선택된 좌석이라고 뜨는 영화가 많다. 인터넷 예매를 했더라도 티켓으로 교환하려고 기다리는 줄도 만만치 않게 길기 때문에, 영화가 시작하기 전 일찍 나와 줄을 서지 않으면 인터넷 예매를 하고도 정작 영화가 시작하기 전까지 티켓교환을 못해 관람을 못하는 경우까지 종종 생긴다. 예매 전쟁은 일반관객뿐만 아니라 게스트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배지용 좌석이 한정돼 있고 익일까지 티켓예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주말 아침에 예매를 하려면 새벽부터 줄을 선다고 해도 많은 영화가 이미 전날 모두 매진돼 힘이 빠지게 된다.

인터넷 예매를 놓친 관객은 현장구매를 위해 예매창구가 열리기 이전부터 줄을 서야 한다. 그런데 전날부터 창구 앞에서 박스 종이를 깔고 자면서 기다리는 사람의 줄도 길기 때문에 현장판매 분을 구매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일일노숙인을 자처하는 젊은이의 열정은 보기만 해도 감탄스럽다. 현장 판매분 구매전쟁은 얼마 전 다녀온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추운 날씨 예매창구가 있는 아케이드 바닥에 몸을 웅크리고 자면서 줄을 서는, 세계에서 온 젊은이의 영화사랑은 앞으로도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듯하다.

해운대 백사장에서 진행되는 영화인과의 만남이나 행사를 보려 해도 발 디딜 틈이 없다. 이들 중 외국인도 무척 많다.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은 중국의 명절 연휴와도 겹치기 때문에 한국인처럼 보이는 중국인도 많다. 또한 한류스타를 보려고 영화제를 찾는 일본인 관광객도 많다.

많은 젊은이의 영화에 대한 열정이 이처럼 강하다면 앞으로도 영화가 차지하는 자리를 다른 문화장르가 넘보기 어려울 듯하다. 문제는 양보다 질이다. 한 분야의 문화계가 발전하려면 인재가 몰려야 한다. 일제강점기의 한국문학이 아직도 문학성을 인정받는 것은 별다른 직업을 얻을 수 없었던 당시 지식인이 문학에 헌신했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많은 젊은이가 영화감상이라는 취미를 넘어 배우나 감독뿐만 아니라 영화산업 관련 직업을 선호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한국 영화계의 전망은 밝다고 해도 큰 무리는 없을 듯하다.

황영미 숙명여대 교수·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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