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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대중은 힘이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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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11-11 10:07:39 수정 : 2012-11-11 10: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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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1000만 관객 마케팅의 힘
독창성으로 승부해야 세계가 인정
연말이 다가오면 한 해 영화계의 성과를 자리매김하는 영화상 시상식이 진행된다. 몇 년간 침체기를 거쳤던 영화계는 잔칫집 분위기다. ‘도둑들’, ‘광해: 왕이 된 남자’ 두 편의 1000만명 관객 영화와 ‘피에타’의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은 그 어느 해보다 한국 영화계를 빛내 주었다. 이는 대중예술 장르라는 특성에 걸맞은 대중적 측면과 예술적 측면 모두에서, 국내와 해외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가 있었던 것에 의미가 있다. 상의 정체성에 따라 수상의 방향이 결정되기에 앞으로의 수상 추이를 점쳐보는 것도 재미있다.

황영미 숙명여대 교수·영화평론가
그러나 1000만 관객 영화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그동안 1000만 관객 영화가 만들어진 과정에서의 문제점으로 제기돼 왔듯 멀티플렉스의 독과점 문제가 첫 번째로 도마 위에 올랐다. 다양한 영화의 선택권을 관객에게 주기 위한 멀티플렉스가 제 역할을 못하고 대중성 있는 한 영화에 몰아주는 배급이 진행된 점이다. 이는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보기 드문 현상이라고 한다. 시작부터 600여 개관에서 출발해 명절에는 1000개가 넘는 영화관을 점령하기도 했다. 요즘은 어떤 영화가 흥행 면에서 기대가 되면 마케팅과 배급에서 작전에 돌입해 부정한 방법을 써서라도 한 영화가 소기의 성과를 올릴 수 있을 때까지 밀어준다고 한다. 과정보다는 결과지상주의가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중산층과 해외의 중산층의 기준의 차이가 최근 회자되고 있다. 한국은 자동차, 집, 예금잔액 등 경제적인 측면에 치우쳐 있지만,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제시한 중산층 기준은 ‘페어플레이를 할 것’에 이어 ‘자신의 주장과 신념을 가질 것’ 등이 제시되고 있다. 아무리 대기업이 배급망에서 독과점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더라도 페어플레이 정신을 훼손하면서까지 성과를 내려는 것은 삼가야 할 것이다.

또한 두 번째인 자신의 주장과 신념 측면도 한국 사람에게 부족하다는 것이 1000만 관객 영화 현상에서 읽을 수 있다. 개인주의가 바탕이 되는 서구에서는 다른 사람의 선택에 좌지우지 되지 않고 자신만의 선택을 개성으로 여기고 이에 자부심을 가진다. 하지만 집단주의가 바탕이 된 한국에서는 다른 사람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유행을 따르거나 대세를 선택하는 경향이 많다. 그래서 최근 흥행 영화를 안 보면 자신만 뒤처지는 것 같고, 대화에도 끼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사회심리학자인 에리히 프롬이 지적한 바처럼 ‘자유로부터 도피하여 권위에 굴종하게 되는 것이 자유의 이중성’이기에 서구에서도 이러한 심리가 없다고는 볼 수 없지만, 한국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강하다는 점이 문제인 것이다.

세 번째로는 독창성 문제이다. 한국에서 1000만 관객을 모았다고 해서 해외 배급의 성공과 직결되지 않는다. 해외에서 좋아하는 코드가 한국과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단 해외에서는 오리지널리티가 중시된다. ‘도둑들’은 포스터나 내용에서 ‘오션스 일레븐’을, 빌딩 유리창을 오가는 와이어 액션은 ‘미션 임파서블 4’를 떠올리게 만든다. ‘광해’는 줄거리나 구성에서는 할리우드 영화 ‘데이브’와, 디테일에서는 구로자와 아키라의 1980년 칸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가게무샤’와 유사하다. 그림자 무사가 가짜라는 것을 들키는 계기가 가슴에 있는 화살촉 상처라는 점도 그렇다.

대중은 힘이 세다. 하지만 세계시장에서의 성공은 한국의 1000만명과 비교되지 않을 만큼 수익성을 지닌다. 이처럼 독창성이 의심되는 영화로는 해외경쟁력을 논의할 수 없다. 이 점은 아직 한국 영화계에 남은 과제다.

황영미 숙명여대 교수·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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