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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햇빛과 비타민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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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12-14 23:43:42 수정 : 2012-12-14 23:4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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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도 지방인 북유럽 사람들은 일광욕을 즐긴다. 낮 길이가 짧아 빛을 좀더 쬐기 위해서다. 그 햇빛은 신진대사와 살균 등을 돕는다. 빛·물·이산화탄소로 광합성을 하는 식물에도 빛은 절대적인 생명자원이다.

햇빛의 존재감은 필설로 다할 수 없다. 45억년 전 지구가 탄생한 이래 태양광은 지구 생명의 근원이 되었다. 물과 공기도 햇빛에 의해 분해되고 순환되며 정화된다. 햇빛이 없으면 지구는 돌덩어리에 불과하다. 햇빛은 지구 생명체, 좁혀서 인간 삶의 전부이다. 그러니까 나라고 하는 ‘개아(個我)’는 곧바로 햇빛 물 공기 등을 다 포함한 ‘전아(全我)’가 되는 것이다.

막연하게 느껴지던, 어쩌면 잊고 살던 햇빛이 자연철학의 뿌리일 줄은 몰랐을 터이다. 어떤 양자물리학자는 ‘1’이란 수를 광자(photon), 즉 ‘빛알갱이 하나’로 표현하기도 한다.

햇빛은 만능이다. 그중 작은 것 하나만 들자면 인체 내 비타민D 합성이다. 정확히 말하면 햇빛 속의 자외선이다. 비타민D의 초보적인 기능은 뼈를 튼튼하게 하는 것이다. 비타민D 부족이 여성의 ‘가임 능력 저하’를 일으킨다는 보고도 나와 있다. 앞으로 많은 기능이 밝혀질 것이다. 비타민C만 편애하지 말았으면 한다.

사람들은 자외선 하면 그저 피부암의 원인이라는 둥 최대한 피하려는 경향이 농후하다. 바깥나들이 전 선크림을 바르는 것은 일상화돼 있고, 등산 중 얼굴마스크를 쓰는 여성도 꽤 보인다. 햇빛 부족으로 비타민D 결핍 환자가 5년 새 9배로 늘었다는 통계가 헛말이 아니다. 어린 시절 하루 종일 땡볕에 놀아도 멀쩡한 우리들 아니었던가. 카뮈는 ‘알제리의 태양’이 있었기에 명작가가 되었고, 우주의 태양들이 없으면 천체물리학은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햇빛을 꺼리는 자, 그에게 돌아가는 것은 우울증과 골다공증이다. 그뿐이던가. ‘어둠의 세계’로 직행할 것이다. 이건 악담이 아니다. 사람들은 작금의 디지털 전자문명이 최고·최상인 줄 안다. 머지않아 다가올 자기(磁氣)문명, 빛의 문명은 상상에도 없는 듯하다. 빛은 회피 대상이 아닌 무한한 경외의 존재이다.

조민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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