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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모양새 사나운 세계태권도연맹 총재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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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4-16 20:35:19 수정 : 2014-03-05 16:3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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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C총회 앞둔 예민한 때 ‘집안싸움’
올림픽 경쟁종목에 빌미 줄 우려
올해는 전 세계 태권도 204개국을 총괄하는 세계태권도연맹(WTF) 총재를 선출하는 해다. 지난 12일까지 후보등록을 받은 WTF는 7월14일 멕시코 푸에블라에서 열리는 총회에서 4년 임기의 새 수장을 뽑는다. 한국에서는 2004년부터 WTF를 이끌어온 조정원(66) 총재와 새누리당 친박계 핵심으로 분류되는 홍문종(58) 의원이 후보로 나섰다.

2004년 김운용 전 총재의 잔여 임기 1년을 맡은 총재로 뽑힌 뒤 2005년과 2009년 연임에 성공한 조 총재는 4선에 도전한다. 조 총재는 재임 기간 고강도 개혁과 변화를 모색하면서 태권도의 2020년 올림픽 핵심종목 잔류를 이끌어냈다는 점을 연임 명분으로 내세웠다. 홍 의원은 연맹의 재정자립 기반 확충과 태권도의 미디어 노출 확대, 그리고 글로벌 스폰서 유치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번 WTF 총재 선거는 사상 첫 한국 국적 후보끼리의 대결이다. 물론 선거가 7월이므로 단일화를 이끌어낼 시간은 있다. 하지만 홍 의원은 단일화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나 조 총재는 연임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단일화가 쉽지 않아 보인다. 조 총재는 16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도 인위적 단일화의 불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때문에 나라 안팎의 시선이 곱지 않다.

우선 시기적으로 좋지 않다. 현재 태권도의 지위는 안정적이지 못하다. 이런 상황에서 ‘집안싸움’을 벌이는 것은 꼴사납다. 태권도가 올림픽 24개 핵심종목 후보로는 올라갔지만 여전히 9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의 벽을 넘어야 한다. 예민한 시기에는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가지만 티를 내면 손해를 볼수 있다. 견디기 힘든 역풍에 시달릴 수도 있다.

이런 와중에 핵심종목에서 퇴출된 레슬링의 올림픽 종목 재진입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태권도의 지위가 다시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레슬링이 부활할 경우 기존의 퇴출 후보 5종목(태권도·근대5종·필드하키·배드민턴·카누) 중 하나를 다시 떨어뜨려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인 출마에 대한 안팎의 거부 반응도 부담스럽다. 특별한 명분도 없는 정치인이 세계 태권도 수장을 넘보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 만만치 않다. 국가협회장도 아닌 국제연맹 총재 선거에 정치인이 나서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태권도계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 태권도인은 “선거는 승부다. 태권도계 내부에 세력기반이 없는 홍 의원이 밀릴 경우 경쟁자에 대해 흠집을 낼 가능성이 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되면 태권도에 대한 국제 스포츠계의 인식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면서 “이는 태권도를 밀어내고 올림픽 종목 진입을 노리는 가라테·우슈 등 경쟁종목을 이롭게 할 뿐”이라고 우려했다. 나아가 한국인끼리 다 해먹는다는 반발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WTF 총재는 1년에 반 이상을 해외에서 시간을 보내는데, 어떻게 국회의원이 겸업을 할 수 있겠는가 하는 의견도 나온다.

외국에서는 스포츠와 정치를 분리한다. 동·하계 올림픽의 33개 핵심종목 세계 단체장 중에는 정치인이 단 한 명도 없다. 스포츠와 정치를 분리하는 IOC 정신이 단체장들의 이력에 담겨 있다.

그렇다고 대학 총장 출신인 조 총재를 두둔할 생각은 없다. 태권도를 올림픽 핵심종목으로 잔류시키기 위해 상당한 역할을 해온 반면 허술한 WTF 조직 관리로 내부의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4년마다 선거를 통해 다시 재신임을 받는 것 또한 연맹의 발전을 위해서도 나쁘지 않다.

현재 조 총재가 이끄는 WTF는 런던올림픽에서 보여준 변화를 계기로 국제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조 총재가 만들어 놓은 지지 기반과 홍 의원이 제시한 비전까지 버무린다면 어느 때보다도 ‘국기’ 태권도는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후보 단일화를 통해 태권도의 이미지와 한국이 태권도 종주국으로서 위상을 함께 높일 수 있는 지혜를 짜내야 한다.

유해길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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