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불심검문 불응 처벌 논란…어떻게보십니까

관련이슈 어떻게 보십니까

입력 : 2008-05-12 19:11:46 수정 : 2008-05-12 19:11:46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경찰이 불심검문 때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는 시민을 형사처벌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의 일상생활에 다소 불편을 준다고 해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려면 불심검문 불응자에 대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있지만 “범법행위를 저지르지 않았는데도 신원 확인을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처벌한다는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를 둘러싼 양쪽의 의견을 듣고 바람직한 방안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시민의 안전 위한 방어적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견우 연세대 법대 교수

지난해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총기탈취 사고가 났을 때 ‘구멍 뚫린 경찰의 검문·검색’이라는 기사들을 보았다. 과잉 검문에 따른 비난을 우려한 경찰관들이 검문·검색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인 탓이 아니었나 싶다. 이러한 경찰관의 직무집행 모습을 보는 일반 시민의 심경은 어떨까.

선량한 보통 시민은 신분증 제시 요구에 비교적 잘 응하는 편이다. 그러나 일부 사람은 불심검문의 임의성을 내세우면서 신원 확인을 거부하고 마침내 공권력 행사 자체를 무시한다. 거부자 중에는 공공의 안녕에 유해한 사람이 있을 수 있으므로 검문에 강제성을 부여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불심검문에 대한 감정적 시각과 실무적 패러다임을 바꿔가야 한다. 첫째, 신분증 제시 요구를 받는 사람이 불쾌하게 여기는 ‘내가 수상한 사람이냐’라는 감정을 해소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자면 먼저 ‘수상한 거동’이라는 법문의 표현을 삭제해야 한다. 둘째, 과거 군사독재 시절을 연상하거나 경찰편의적 관행으로 이해되는 마구잡이식 불심검문이나 불특정 목적의 일제 검문 또는 업적 위주의 불심검문은 사라져야 한다. 셋째, 불심검문 불응자에 대한 처벌이 ‘아무 잘못도 없는 선량한 시민까지 잠재적 범죄자로 의심받게 하고 전과자로 만든다’는 그릇된 인식을 불식시켜야 한다. 선량한 시민에게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는 것은 잠재적 범죄자로서가 아닌 성숙한 시민으로서 협력을 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선량한 시민에게 있어 신분증은 자신을 보호하는 중요한 수단인 만큼 신분증 제시는 ‘인권침해’가 아니라 자신의 ‘방어권 행사’라고 보는 게 법 원리에 맞다.

한견우 연세대 법대 교수

위법적 검문에 저항할 권리도 시민에게 있어
김민호 바른사회시민회의법제사법센터소장

현행 경찰관직무집행법은 경찰관에게 불심검문할 법적 근거를 규정하고 있으나 이에 불응할 때 제재할 근거가 없어 실효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있다. 더욱이 공권력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 현실에서 시민의 자발적 협조만으로 불심검문 제도의 효과적 집행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모든 제도는 효율성 확보 못지않게 정당성이 담보돼야 한다.

현행법은 경찰관의 ‘판단’에 따라 죄를 범했거나 범하려 하고 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를 정지시켜 질문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불심검문의 요건을 오로지 경찰관의 재량적 판단에 맡기고 있다. 당연히 그릇된 판단을 할 개연성이 충분히 존재한다. 물론 경찰관이 그릇된 판단을 해 불심검문을 했을지라도 상대방이 질문에 성실히 응해 주민증을 제시한다면 좀 기분은 상하겠지만 법적 문제가 수반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불응한다고 제재한다면 사정은 완전히 달라진다. 법 이론상 불심검문을 당하는 시민도 경찰관의 불심검문이 위법이라고 판단할 때 이에 불응하고 저항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심검문에 불응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한다면 이는 불심검문을 행한 경찰관의 재량적 판단이 항상 옳고 불응하는 시민의 판단은 항상 옳지 않다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당연히 이러한 발상은 법치주의의 이념과 합치되지 않는다. 불응자를 제재할 것이 아니라 다른 적절한 수단을 발굴하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김민호 바른사회시민회의법제사법센터소장

요건·절차 등 문제 보완… 인권침해 소지 줄여야
서정범 고려대 강사

치안활동의 가장 기본적 수단인 불심검문제도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정부는 불심검문과 관련해 경찰이 신원 확인을 할 수 있고 이에 불응하면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을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입법례로 보아 이와 유사한 규정이 있는 대표적 국가로는 신원확인 거부 시 3개월 이하의 징역 및 3750유로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4시간 이내 범위에서 경찰관서로 동행해 억류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프랑스를 들 수 있다. 독일도 신원 확인을 위해 신분증명서 제시를 요구하고 신원 확인이 불가능하면 구금을 허용하고 있다. 다민족국가의 특성상 경찰의 불심검문이 인종차별로 해석될 소지가 있어 부정적 시각이 지배적이던 미국 역시 뉴욕 등에서 성문(成文)의 불심검문 규정을 마련해 올해 3월까지만 14만5000건의 불심검문을 했다는 사실은 법 집행과정에서 불심검문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라 하겠다. 이런 사정을 고려할 때 불심검문이나 신원 확인의 필요성 자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곤란하다. 물론 불심검문이 개인의 신체와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부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점은 불심검문의 요건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경찰관의 소속과 검문일자가 적힌 문서를 교부하거나 불심검문보고서를 작성·보관토록 하는 등 절차상 미비점들을 보완함으로써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경찰의 자의적 판단에 기초한 위법성 문제도 법원의 통제를 통해 적법성 확보 및 피해자 구제가 이루어질 수 있으며, 그런 판례가 축적된다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서정범 고려대 강사

경찰행정 편의성만 고려한 권위주의적 발상
 
이 헌 변호사
우리 헌법은 포괄적 기본권이나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내용으로 하는 행복추구권을 규정하고 수사기관이 형사 절차에 있어 체포, 구속, 수색 등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강제처분을 할 때 중립적 지위에 있는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하도록 하는 영장주의를 천명하고 있다.

이에 관해 얼마 전 헌법재판소는 BBK특검법에 관한 사건에서 참고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특별검사의 동행명령을 거부하면 벌금형에 처하도록 한 조항이 영장주의 및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해 헌법상 평등권과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시했다.

불심검문과 관련해 이에 수반되는 동행요구나 흉기 소지 여부 조사 등은 신체의 자유와 관련된다. 특히 불심검문 불응자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심검문을 강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최근 알려진 것처럼 경찰청이 불심검문에 불응하는 시민에게 벌금 등 형사처벌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경찰관직무집행법을 개정하면 헌법상 영장주의에 반하고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는 범죄자로 의심받고 싶지 않을 권리나 이동권 등 포괄적 기본권으로서 행복추구권까지 침해한다.

현장에서 신원 확인 요구에 불응해도 강제할 수단이 없는 경찰의 어려움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가 아니다. 불심검문 불응자에 대한 형사처벌 추진은 시민의 자유와 인권보다 공권력 집행의 편의를 우선시하는 과거 권위주의 시대로 회귀하려 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이 헌 변호사

정리=황온중 기자

ojhwang@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은 '매력적인 미소'
  • 한지은 '매력적인 미소'
  • 공효진 '공블리 미소'
  • 이하늬 '아름다운 미소'
  • 송혜교 '부드러운 카리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