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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논단]北, 비핵화 거부하는 까닭은

입력 : 2009-01-21 14:48:45 수정 : 2009-01-21 14:4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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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대성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10·3 합의에 따라 진행 중이던 핵시설 무력화작업을 즉시 중단하겠다. (…) 영변의 핵시설을 곧 원상태로 복구하는 조치를 고려할 것이다. 미국이 약속된 기일 안에 우리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합의 위반임으로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대응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달 26일 북한의 외무성 대변인이 발표한 ‘북핵 불능화작업 중단’ 내용이다. 그로부터 8일이 흐른 지난 3일 미국의 폭스 뉴스는 “북한이 영변 핵시설의 해체작업을 중단한 뒤 (해체된 시설을) 재조립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그동안 비핵화에 어느 정도 협조하는 것 같은 태도를 취해온 북한이 지난달 말부터 노골적인 거부 행동을 취하기 시작한 것이다.

북한 정권이 어떤 속성을 지녔는지를 정확히 이해한다면 북한의 이런 비핵화 거부 행동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고, 별로 놀랄 만한 일도 못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현재 북한이 그들의 비핵화를 거부하는 근본적 이유는 그들의 지상지고의 국가 경영철학이라고 할 수 있는 이른바 ‘군사제일주의’ 때문이다.

‘선군정치’라고도 불리는 군사제일주의란 그들의 표현을 빌리면 ‘군 중시 혁명적 영도 방식의 정치’이다. 다시 말해 “군사(軍事)를 제일 국사로 내세우고 인민군대의 혁명적 기질과 전투력에 의거해 조국과 혁명, 사회주의를 보위하며 전반적 사회주의 건설을 힘 있게 다그쳐 나가는 혁명 영도 방식이자 사회주의 정치방식이다”고 설명한다. 북한은 자신의 군사력이 세계 어느 나라와도 다른 특이한 세 가지 전략적 목표를 갖고 있음을 강조한다. 그 첫 번째 전략적 목표는 한반도 공산화통일을 달성하는 원동력이다. 두 번째는 김일성·김정일 체제를 수호하는 체제 옹호력이며, 세 번째 목표는 대남·대외 협상력이라고 한다.

현재 북한이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온갖 고난 속에서 고생하고 있지만 그들이 포기할 수 없는 꿈은 남한을 공산화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꿈을 달성하는 원동력이 오직 군사력이며 북한이 보유하는 핵무기는 군사력의 정수 중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은 한반도 공산통일이란 꿈의 포기를 의미하는 비핵화의 길에 결코 들어서지 않을 것이다.

북한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그 권위 면에서는 헌법이나 법률보다 상위개념에 자리하고 있다. 김정일 체제의 존속은 인민의 존속보다도 상위개념에 속하므로 체제 옹호는 모든 국력을 동원해서라도 반드시 해내야 하는 가장 고귀하고 신성한 의무다. 세계 어느 정권이든 그 정권이 무너진 가장 핵심적인 하나의 이유는 그 나라의 군대가 강철 같이 단결해 정권을 수호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김 위원장의 신념이라고 한다. 북한의 군사력은 김정일 정권 수호의 핵심 역량이며, 군사력 중 정수인 핵무기는 김정일 정권을 옹호하는 핵심 옹호력이다. 따라서 북한의 비핵화는 김정일 정권의 포기를 의미한다고도 볼 수 있다. 이런 정권 붕괴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북한이 핵을 포기하려 들겠는가.

마지막으로, 북한은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군사력이 대남 대외 협상력의 원천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은 핵 개발과 미사일 발사시험 등이 세계 강대국들을 제압할 수 있는 막강한 협상력을 창출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므로 그들의 군사력 약화는 곧 협상력 약화를 뜻하며, 비핵화는 북한의 협상력 붕괴를 의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북한은 진정한 비핵화를 할 수가 없다. 북한이 갖고 있는 이러한 지상지고의 국가 경영철학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6자회담이 아니라 60자회담이 열리더라도 북한의 진정한 비핵화는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이다.

송대성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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