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재판은 서울시의장에 선출되도록 도와달라고 돈 봉투를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시의원 29명이 법의 심판을 받는 자리였다. 얼굴을 들기 어려울 정도로 낯 뜨거운 사건의 당사자인데도 이들에게서는 반성과 자숙의 분위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이들의 일부 언행은 신성하고 존중받아야 할 재판부를 우롱하고 모욕하는 수준으로 비친다. 오죽했으면 재판장이 ‘피고인들은 법정에 나온 게 아니라 야유회 나왔다는 식의 기사가 나왔다’고 훈계를 했겠는가. 김귀환 의장이 “시간이 충분했다면 한나라당 소속 시의원 100여명 전원에게 돈을 줬을 것”이라고 발언한 것 또한 후안무치하기가 이를 데 없다.
이들은 자신을 뽑아준 시민에게 머리 숙여 반성해도 모자랄 판이다. 그럼에도 공인이라는 신분을 망각한 채 법원에서조차 오만불손한 행태를 보인 것이다. 서울시의회가 ‘돈 봉투’ 사건을 계기로 새 윤리조례를 만들어 며칠 후에 공포한다고 한다. 죄를 짓고도 반성할 줄 모르는 이들을 보면서 윤리조례가 과연 얼마나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시의원 가운데 3분의 1가량이 재판을 받는 마당에 이들이 서울시정을 감독하고 견제할 도덕성과 청렴성이 있는지 우려스럽다. 이들은 모두 한나라당 소속이다. 지방의원의 자질이 이러하니 걸핏하면 지방의회 무용론이 나오는 것 아닌가. 지역 일꾼을 뽑을 때 됨됨이를 꼼꼼히 따져보고 투표했는지 반성해 볼 일이다. 지방의원이라고 해서 아무에게나 마구 투표한다면 그 폐해는 시민에게 전가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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