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통일논단]꿩 먹고 알 먹고… ‘北의 줄타기’

관련이슈 시론

입력 : 2009-01-21 14:45:48 수정 : 2009-01-21 14:45:4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송대성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지난 8월26일 북한의 핵 불능화 조치 중단 선언은 북한이 미국에 노리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압박카드였다. 북한은 미국 부시 행정부를 상대로 임기가 끝나기 전에 ‘북한의 테러지원국 해제’ 카드와 ‘6자회담 공중분해’ 카드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라는 강한 협박성 카드를 계속 날렸다.

세계의 초강대국 미국이 실패한 국가, 북한으로부터 이런 카드를 받으면서 어떻게 대응하는가 하는 문제는 북핵 폐기라는 대명제와 관련해 세계적인 관심거리였다. 협박성 카드를 받은 미국은 한 달여 만인 지난 1∼3일 ‘미·북 평양 협의’를 열었다. 협의 결과의 일부가 지난 11일 미국 국무부의 숀 매코맥 대변인의 특별기자회견을 통해 흘러나왔다. 그 핵심 내용은 ▲미국이 추구했던 모든 요소가 핵 검증 패키지에 포함됐으며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고 ▲북한이 약속한 핵 프로그램 검증은 북한이 신고한 영변 핵시설에 국한하고, 북한이 신고하지 않은 미신고 시설 사찰은 ‘북한의 동의’ 하에 한다는 것이다.

미·북 평양 협의에 대해 다양한 평가들이 있지만 많은 전문가는 “얼굴 숨긴 김정일이 경제위기를 맞아 비틀대는 부시 대통령을 KO패시켰다”고 꼬집었다. 이 협의 결과는 한 마디로 북한이 꿩도 잡아먹고 알도 꺼내 먹은 일방적인 승리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여기서 꿩에 해당하는 내용은 ‘북한이 신고하지 않은 미신고 시설 사찰은 북한의 동의하에 한다’는 것이고, 알에 해당하는 내용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노렸던 것은 ‘북한을 리비아와 같은 모델로 관계를 정상화하면서 결국 핵을 폐기시킨다’는 외교적 성과를 거두기 위함이라고 추측해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이 노렸던 이런 외교적 성과는 부시 행정부가 바랐던 바대로 평가되지 않고 오히려 ‘김정일 사술에 속은 부시’라는 오명만 시간의 흐름 속에서 더해가고 있다.

북한은 우선 ‘테러지원국 해제’라는 목표를 달성한 후 종국적으로는 ‘핵 보유국이 된다’는 수순의 목표를 갖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이 노리고 있었던 이 두 가지 목표들은 미국이 차분하고 냉정한 세계이성(World Reason)적 차원에서 해결 방안을 모색했더라면 북한이 획득하기 어려운 목표였다. 테러지원국 해제라는 목표는 북한이 본질적으로 테러국 혹은 테러지원국 속성을 그대로 보유하는 데다 북한이 과거에 자행한 테러행위들에 대한 단 한마디의 사과가 없었음은 물론 향후 테러를 하지 않겠다는 서약 하나 없었기에 달성하기 어려웠던 것이었다.

향후 북핵 폐기라는 차원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북한이 신고하지 않은 미신고 시설 사찰은 북한의 동의 하에 한다’는 내용이다. 사실 이 내용으로 인해 북핵 폐기라는 목표를 두고 그동안 노력해온 6자회담이라는 틀은 진정한 북핵 폐기를 달성할 수 없는 불구가 된 셈이다. 그 이유는 우선, 북한이 지금까지 신고한 핵시설들은 실제 사찰받을 각오를 하고 신고한 극히 경미한 내용들로서 실제 북핵 폐기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이 군사제일주의의 미련을 버리지 않는 한 핵무기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 한 진짜 핵 생산 시설들은 철저히 미신고된 상태로 두고 사찰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한은 ‘북한의 비핵화 장치 폐기’와 ‘테러지원국 해제’라는 두 가지를 동시에 획득한 ‘꿩 먹고 알 먹는’ 큰 성과를 미·북 평양 협의에서 달성한 셈이다. 북한이 이번에 잡은 꿩을 빼앗는 특단의 조치를 다시 취하지 않는 한 진정한 북핵 폐기는 참 어렵게 됐다.

송대성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기고·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오마이걸 아린 '청순&섹시'
  • 오마이걸 아린 '청순&섹시'
  • 임지연 '여신의 손하트'
  • 이주빈 '우아하게'
  • 수현 ‘눈부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