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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리뷰] 무료 무선인터넷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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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4-06 19:59:09 수정 : 2009-04-06 19:5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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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佛 무선공유기로 무료 제공

우리도 이용자 공동사용 허용을
권영선 KAIST 교수·경제학
방송통신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초고속인터넷 가구당 가입률은 2007년 기준으로 94.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가운데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또 인구수 대비 초고속인터넷서비스 가입자 수로는 우리나라가 OECD 회원국 가운데서 7위에 위치하고 있다. 미국은 같은 기준으로 15위에 있으며, 한국의 초고속인터넷 보급수준을 따라가기 위해 연방 및 주정부 차원에서 각종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가 우리의 정보통신 네트워크를 부러워하고 있다는 점과 OECD의 통계수치를 감안할 때 우리가 정보통신 강국의 하나라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그러나 실제 유럽이나 미국을 방문해 보면 통계가 실제와 다름을 쉽게 알 수 있다.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우수한 통신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으나 실생활에서 통신서비스를 활용하기 위한 여건은 좋지 못하다. 한 예로 미국에서는 무료 무선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장소가 우리나라보다 매우 많다. 미국에서는 주민이나 여행자 구분 없이 모두 노트북 컴퓨터나 무선통신기기를 이용해 인터넷에 쉽게 접속할 수 있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무료로 무선인터넷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장소를 찾기가 매우 어렵다. 특정 기업의 무선인터넷서비스에 가입한 사람만이 기차역이나 커피숍 등에서 무선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을 뿐이다.

국가 통계기관이 작성한 통계는 아니나 각국의 무선인터넷 접속 지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한 기업의 통계에 의하면, 2008년 말 기준으로 미국과 프랑스에는 1만여개의 무료 무선인터넷 이용 장소가 있는 반면 우리나라에는 불과 수십여 개가 존재할 뿐이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여러 소매점과 많은 사업체가 유선인터넷에 무선 공유기를 설치해 고객이 무료로 무선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통신기업만 여러 가지 서비스를 묶어 결합서비스로 제공하는 것이 아니고 전통사업자도 자신의 고유 서비스와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결합해서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음료수나 상품을 구매해야만 무료 무선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가게 주변의 지역주민과 여행객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네트워크의 성능은 우리만큼 우수하지 못하나 정보통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여건은 우리보다 우수하게 갖추어진 것이다.

외국 사례의 또 다른 장점은 정부의 보조금 지원 없이 자생적으로 무료 무선인터넷 이용 장소가 확산된다는 것이다. 커피숍, 제과점, 여객터미널 등 같은 사업체뿐만 아니라 일반 개인이 무료 또는 유료로 무선인터넷 접속을 타인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되면, 사업자나 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인터넷서비스를 창의적으로 이용하게 된다. 정부의 지원 없이 사회의 정보화가 촉진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인터넷접속서비스 이용자는 월정요금을 내고 일정 수준의 정보처리용량을 이용한다. 대개 인터넷서비스 가입자가 24시간 인터넷을 이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최대용량을 사용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 따라서 인터넷접속서비스 이용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계약에 정해진 정보처리용량의 범위 내에서 인터넷을 무료 또는 유료로 공동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 우리나라에서도 무선인터넷 이용이 크게 활성화될 것이다. 인터넷접속서비스를 타인과 공동 이용하면 인터넷의 전송속도가 하락해 인터넷 가입자에게는 불이익이 발생하나 네트워크의 최대 정보처리용량은 제한돼 있기 때문에 통신기업에 직접적인 손해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물론 공동이용이 불가능할 때에 비해 인터넷 가입자 숫자가 감소할 수는 있으나 반대로 공유기를 설치해 유료 무선인터넷서비스를 개인이 제공할 수 있게 되면 인터넷 가입자가 증가할 여지도 있다. 결국 순효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정보통신서비스의 창의적 이용을 가로막고 있는 초고속인터넷 이용제도를 이용자 중심으로 개선해 우리 사회가 보다 빨리 성숙된 정보화사회로 나아가도록 할 필요가 있다.

권영선 KAIST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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