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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십니까] 유전자은행법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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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5-05 21:07:53 수정 : 2009-05-05 21: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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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와 경찰청이 흉악 범죄를 예방하고 범인을 조기에 검거하기 위해 도입을 추진 중인 ‘유전자은행법’에 대해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찬성 측은 수사 편의와 사회 안전을 위한 차원에서 환영하는 반면 반대 측에선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유전자은행법은 살인, 강도, 강간 등 11대 강력범죄를 저질러 구속된 피의자나 형이 확정된 수형인을 대상으로 경찰 수사단계에서 유전자 시료를 채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바람직한 방안을 모색해 본다.

범죄수사 효율성 제고·사회안전 위해 필요
장석헌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유전자정보은행은 수사기관이 피의자, 피고인, 범죄 현장의 증거물에서 유전자 시료를 채취해 범죄자의 유전자 정보를 보관하고 재범한 때에 보관된 범죄자의 유전자 정보와 대조해 동일한지를 확인하는 수사기법이다. 이는 무고한 시민을 수사선상에서 배제하고 조속히 범인을 색출하고 검거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 유전자정보은행은 범죄 수사의 효율성을 도모하기 위해 미국을 비롯한 선진 각국에서 시행하는데 그 배경을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불특정 다수인을 대상으로 하는 살인 및 성폭력 등 흉악범이 대부분 재범자인 것으로 나타나 이들의 재범을 억제하고 수사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 최근 교통·통신수단의 발달로 범죄자는 전국으로 이동하면서 범행하는 데 반해, 경찰을 비롯한 수사기관의 공조는 상대적으로 어렵고 지역적으로 떨어진 개개 범죄의 동일성을 판단하기 쉽지 않아 수사기관의 역량을 약화시키므로 전국적인 검거망을 구축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이다. 셋째, 재범자는 범행하면서 스스로 체득하거나 수형시설에 수용 중 다른 동료로부터 범행수법을 학습해 고도로 정밀한 지능범죄를 범해 각종 증거를 남기지 않아 수사기관의 추적을 어렵게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폐쇄회로TV(CCTV)가 개인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에도 확대 설치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유전자정보은행도 사생활침해라는 논란도 있지만 우리 사회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돼야 할 것이다.

유전자 정보 국가 관리 땐 피해자 보호 가능
노인수 변호사·시민생활평화연대 준비위원


수년 전 고향에서 제2의 발바리 사건이 발각됐다. 전직 특수부대 출신 범인이 시내에서 수년 동안 50여명이나 되는 부녀자에게 성폭행과 강도를 일삼다 경찰에 검거됐다. 광주 지역 각 경찰서는 발바리 검거를 위해 형사들이 열심히 노력했으나 그 지능적인 범행과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혔다고 한다. 범인이 남긴 체액을 범행 현장이나 피해자로부터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유전자 분석을 의뢰해 동일범의 소행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누군지는 알 수가 없었다고 한다. 이는 미리 유전자를 채취해 분석하고 그 인적 사항을 정리해 놓은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루빨리 범죄의 대상이 되거나 범인이 되지 않도록 위 법을 시행했으면 한다. 인권침해 우려가 있다고 하나 우리는 이미 국가에 지문 정보를 제공하고 있고 출입국 시에는 온몸을 투시당하는 때도 있다. 오용의 여지가 많다고 하나 이는 최선을 다해 이를 최소화할 방안을 강구하고 시행하면 되는 것이다.

약간의 부작용이 있다고 해 주저하다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또 다른 피해자나 가해자를 양산하고 있는지 되돌아 볼 일이다. 우선 정부가 말한 것처럼 수개의 범죄 피의자에 한정할 수 있으나 피해자 입장에서 자원한다면 자신의 유전자 데이터를 국가가 수집하도록 하는 방법도 검토해 볼 일이다.

왜냐하면 자신의 정보를 국가에서 관리하고 있으면 남용의 여지도 있으나 한편으로 이를 활용해 보호받을 가능성도 많기 때문이다. 이미 헌법재판소에서는 압수수색영장 없이 지문 채취나 음주 측정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음을 확인한 바 있다.

관리·운용 1조 이상 필요… 과잉통제도 문제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


검찰과 경찰이 형이 확정되지 않은 구속 피의자를 비롯해 범죄와 연루된 사람의 유전자 정보로 정보은행을 만들려 하고 있다. 1994년 첫 법률안이 나온 이후 15년째 계속되는 시도다. 범죄가 날로 흉포화, 조직화, 지능화하기 때문이란다. 강력범죄 발생이 지난 5년 동안 90% 수준으로 줄어들었는데도 위험을 과장, 왜곡하면서까지 유전자정보은행을 만들려는 까닭은 무엇일까. 유전자정보은행이 범인검거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지문은 두 손만 잘 관리하면 그만이지만, 침이나 머리카락만으로도 범인을 특정할 수 있는 유전자 정보의 효용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검찰과 경찰이 더 많은 범인을 검거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을 갖게 되는 것은 얼핏 보면 선량한 국민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일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관리와 운용에 1조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된다든지, 유전자정보은행의 효용을 높이기 위해서는 강력범죄자만이 아니라 국민 다수의 유전자정보를 채집, 보관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썩 좋은 방법인지 모르겠다. 더구나 매년 250만명의 시민을 입건할 정도로 형사처벌 과잉의 상황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국가신분증 제도, 주민등록번호 등 지금의 시스템만으로도 세계 최고 수준의 대국민 통제가 가능한 상황에서 유전자정보은행까지 설립한다면 과잉 통제로 이어질 것이다. 세계 최저의 범죄율, 세계 최고의 범인 검거율을 자랑하면서 왜 이런 특단의 범죄대책이 필요하다는 걸까. 더 편해지고, 더 많은 힘을 갖게 되는 검찰과 경찰의 이익 말고 시민의 이익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유전자정보 수집대상 범죄 범위 너무 넓어
황성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범죄 수사 시 유전자 정보의 활용은 한편으로는 과학수사를 통한 실체적 진실발견 및 범죄억제라고 하는 중요한 공익적 고려와 다른 한편으로는 범죄자나 피고인도 인권의 주체라는 점에서 이들 피의자나 피고인의 인권에 대한 실체적·절차적 보호라는 헌법적 명제 간의 비교형량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유전자 정보는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이므로 개인정보에 해당하고, 따라서 유전자 정보를 수사에 활용하는 때에는 개인정보보호의 원칙 및 헌법상 기본권인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고려에 따라 헌법이 설정한 각종 기본권제한의 한계원리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만약 저비용 고효율 수사를 위해서 반드시 이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면 정부가 제안하는 법률안이 갖고 있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좀더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첫째, 법률안은 유전자 정보 수집대상 범죄의 범위가 다소 넓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둘째, 법률안은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수형자 이외에도 수사가 진행 중인 구속된 피의자로부터도 유전자 샘플(DNA 감식자료)을 채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과 관련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셋째, 법률안은 유전자 샘플 채취절차, 유전자 정보 등록절차, 유전자 샘플 폐기절차, 유전자 정보 삭제절차 등에서 당사자에게 이와 관련된 사항을 통지하거나 알려주는 절차가 명문으로 규정돼 있지 않다. 넷째, 유전자 신원확인정보데이터베이스관리위원회의 기능 및 구성과 관련해 좀 더 수사기관을 효율적으로 통제할 권한을 부여할 필요가 있으며 독립성과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정리=황온중 기자 ojhw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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