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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리뷰] 주파수는 ‘21세기의 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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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6-03 20:40:29 수정 : 2009-06-03 20:4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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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특정 주파수마다 용도 지정

美 경제적 가치 무려 7700억弗
권영선 KAIST 교수·경제학
주파수는 초당 진동수가 일정한 전자파(전기에너지)를 의미한다. 따라서 주파수는 초당 진동수를 기준으로 구분되고, 만약 1초에 100만번 진동하는 전자파는 1㎒(1메가헤르츠) 주파수라고 불린다. 전자파는 유선을 통해 전달되기도 하지만 공중으로 전파되기도 하며, 빛의 속도로 정보를 전달하기 때문에 지구 어느 곳에 있는 사람과 전화하든지 시차를 거의 느끼지 않고 대화할 수 있다.

유선통신은 정해진 경로로 전자파가 전달되기에 통신회선이 다르면 상호 전파간섭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무선통신은 전자파가 공중에 퍼지기에 다른 정보를 갖는 동일 주파수의 전자파가 같은 공간에 공존하면 상호 간섭하고 통신에 장애가 발생한다.

따라서 각국 정부는 혼잡을 피하기 위해 전통적으로 특정 주파수마다 용도를 지정하고 이용자를 정하는 방식으로 전자파 간섭문제를 해결한다. 이와 같은 전파관리제도는 약 100년 전에 갖추어졌고, 그 배경에는 타이타닉호의 재난이 자리한다. 타이타닉호가 유빙과 충돌한 후 재난신호를 무선으로 보냈으나 전파간섭으로 재난신호가 구조대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 그 결과 대규모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특정 주파수마다 용도와 이용자를 지정하는 근대적 전파관리제도가 태동했다. 일본과 서구의 전파관리제도를 토대로 만들어진 우리나라 주파수 관리제도의 기본 골격도 같은 형태를 취한다.

근대 주파수관리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특정 주파수 이용권을 획득한 이용자가 주파수를 무료로 이용한다는 것이다. 군대, 경찰, 소방서 등 공공기관이 주파수를 무료로 이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방송 및 통신과 같은 상업용 서비스 제공자도 주파수를 대가 없이 사용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근래 상업용 통신서비스에 이용된 주파수에 한해 주파수 이용 대가를 받기 시작했다.

주파수를 무료로 이용하는 제도가 애초에 도입된 것은 유선통신서비스에서와 같이 독점적인 민간사업자가 통신산업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국가가 주파수를 소유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용되도록 제한된 이용권만을 사업자에게 부여하겠다는 정치경제적 이유 때문이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주파수에 대한 초과수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인류 역사에서 모든 자원은 한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유자원이었다. 수요가 공급보다 적다면 사유재산제도가 필요 없다. 사시사철 모두가 충분히 먹을 만큼 과일이 풍부하다면 과일나무마다 소유권을 부여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사회적으로 사유재산제도를 운영하는 비용만 발생할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구가 증가하고, 교역이 증가하면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 자원의 효율적 사용을 위해서는 사유재산제도가 반드시 필요해진다. 세계에서 매일 수천 마리의 소와 수만 마리의 돼지가 도축되나 누구도 소와 돼지의 멸종을 걱정하지 않는 반면 임자 없는 코끼리, 호랑이, 대머리독수리 등은 멸종에 직면했다. 이처럼 극명한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전자는 사유재산이지만 후자는 공유재산이기 때문이다. 공유재산은 말 그대로 먼저 가지면 임자가 된다.

같은 원리가 주파수 자원에도 적용된다. 1990년대 이동전화시장이 활성화되기까지 주파수관리의 기본원리는 신기술 개발로 신규수요가 발생하면 서비스에 필요한 주파수를 제공하는 방식이었다. 비록 비효율적이기는 하지만 이런 주파수 관리제도가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주파수 수요가 안정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90년대 들어서 무선통신기술이 발전하고 무선통신서비스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주파수 수요가 급속히 확대되기 시작했다. 미국의 한 연구에 의하면 미국에서 주파수 자원의 경제적 가치가 무려 7700억달러로 추정된다. 마땅히 주파수는 21세기의 자원이라고 할 수 있으며, 국가 소유 주파수 자원을 사유재산으로 전환하는 것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시점에 다다른 것이다.

권영선 KAIST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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