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관광 활성화를 위해 공휴일과 일요일이 겹치면 대신 다른 날 쉬는 ‘대체공휴일’ 제도 도입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앞서 정운찬 국무총리도 ‘대체공휴일’에 긍적적 견해를 피력한 바 있고, 국회에도 이미 관련 법안이 제출돼 있다. 찬성 측은 “국민의 질 향상과 휴식을 통해 생산성이 나아진다”고 주장하는 반면에 반대 측은 “쉬는 날이 많아져 오히려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반박한다. 이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본다.
찬-국민 삶의 질 향상과 서비스업 발전 기여
김남조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 |
최근 들어 삶의 질 향상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오늘날 경제적으로 높은 발전을 이뤄낸 우리 국민의 가치관은 삶에서 어느 정도 여유를 찾아 즐기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경향 속에서 대체공휴일제의 도입은 경제적·사회심리적으로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까지 우리 경제를 이끌어온 제조업은 여전히 국가경제에서 핵심 역할을 하겠지만 더 많은 사람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산업으로 그 역할을 유지할 것 같지 않다. 제조업은 많은 부분을 자동화해 고용과 관련해서는 직접적으로 더 이상 그 여지를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이러한 상황은 정보통신 분야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결국 서비스업 발전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사실 서비스업 발전에 대한 기대는 산업 발전 수순과도 일치하고, 힘든 일을 피하려고 하는 사람의 본성과도 그 맥을 같이한다.
대체공휴일제는 매년 들쑥날쑥하는 공휴일 수를 고정함으로써 국민의 삶의 질을 안정적으로 추구하게끔 하고, 증가하는 공휴일 수로 인해 서비스업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는 세계 15권 이내다. 이제 우리 국민들도 공휴일 수를 고정함으로써 안정적인 삶의 질을 추구할 권리를 가질 자격이 있다. 더욱이 증가된 여가시간은 여가활동을 증대시키고 관련 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이바지할 수 있다. 여가활동도 전문화돼가는데, 그럴수록 관련 산업의 발전도 이룩할 수 있고, 그만큼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다. 이젠 우리 사회도 근대적인 산업 패러다임에서 벗어날 때라고 본다.
찬-근무시간 차별화로 사회적 위화감 해소
정문주 한국노총 기획정책국장 |
새해 달력을 받아 넘기면서 한숨이 터져 나오는 경우를 주변에서 종종 볼 수 있다. 법정공휴일이 줄어 쉴 날이 얼마 안 되는데 그나마 토·일요일과 겹치면 휴일이 더 줄어들기 때문이다. 국군의 날과 한글날이 공휴일 명단에서 사라지더니 신정연휴가 하루로 줄고, 식목일과 제헌절마저 차례로 제외돼 현재 공휴일 수는 연간 14일이다. 이렇게 공휴일이 지속적으로 감소한 데는 그동안 정부가 “쉬는 날이 너무 많다”는 경영계 요구를 충실히 반영해왔기 때문이다. 경영계 주장은 “이미 주5일근무제 시행으로 휴일이 충분히 보장된 만큼 공휴일이 주말 휴일과 겹친다는 이유로 굳이 다른 날에 쉴 필요가 없다”며 지나친 업무 공백으로 비효율을 불러올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세계 최장의 노동시간 국가로서 2004년 7월부터 주40시간·5일제가 시행됐다고는 하지만 5년이 지난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업무강도에서 단연코 압도적 1위를 고수하고 있다. 특히 20인 미만 사업장은 주40시간·5일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데, 2011년부터 시행토록 하고 있어 사회적 위화감이 조장되고 노동의욕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따라서 대체공휴일제 시행과 동시에 20인 미만 사업(장)의 주5일근무제 도입이 앞당겨져 노동시간 단축과 근무시간 차별로 인한 사회적 위화감을 해소해야 된다. 또한, 대체공휴일제는 ‘최소한의 쉬는 날’을 보장하는 것으로서 실제로 쉬고 있는 날에 해당하는 토·일요일과 공휴일이 중복되는 경우 익일(월요일)을 대체휴일로 지정해야 한다.
반-생산부문 부담… 휴일 늘리는 것 포퓰리즘 전형
권혁철 자유기업원 법경제실장 |
한동안 잠잠하던 대체공휴일제를 정부가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대체공휴일제를 ‘관광산업 선진화 전략’의 하나로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도입을 추진하는 측의 논리는 간단하다. 공휴일이 일요일과 겹치는 날이 많으면 ‘소비해야 할 돈’을 제대로 쓰지 못해 관광산업이 활기를 잃고 내수가 침체돼 경기 활성화에 악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논리가 경제생활의 한 면만을 고려하고 있다는 점이다. 내수를 촉진하든 관광산업을 촉진하든 ‘소비’보다 우선시되고 전제조건이 돼야 하는 것은 일자리 문제이며, 일자리를 유지하고 나아가 창출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경쟁력이 유지돼야만 한다. 즉 생산이 있어야 소비가 있다. 그런데 대체공휴일제는 바로 이 생산부문에 부담을 주게 된다.
현재 주5일 근무가 대세다. 1년은 52주이며, 따라서 104일은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공휴일·휴가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도 아니다. 연차휴가 일수 19일과 법정 공휴일 15일을 합쳐 34일이다.
만약 휴일과 일요일이 겹쳐 충분히 쉬지 못하겠다고 생각하는 근로자가 있다면 자신의 연차휴가를 사용해 쉬면 된다.
휴일을 늘려 하루를 더 놀게 해주겠다고 하면 세상 그 어떤 근로자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기분을 맞춰주려고 생각도 없이 휴일을 늘리는 것이야말로 포퓰리즘의 전형이다.
반-공휴일 수 14일… 미국·독일·프랑스 보다 많아
이호성 한국경영자총협회 이사 |
지난 20일 문화관광부는 정부 부처 중 최초로 대체공휴일제 도입 추진을 발표했다.
휴일이 늘어나니만큼 대부분의 국민이 이를 찬성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논의가 그로 인한 부정적 파급 효과에 대해 전혀 검토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대부분의 대체공휴일 관련 법안은 휴일 수 증가와 일요일 의무휴일화를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법안이 입법되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몇몇 업종만 한정해서 보더라도 1조원이 넘는 인건비 부담 증가가 예상된다. 휴일 며칠을 늘리기 위해 기업에 수조원의 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이 과연 사회적 후생을 증대시킨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우리 국민이 누리는 휴식권이 선진국에 비해 결코 적은 것도 아니다. 공휴일 수만 해도 14일로 미국(10일), 독일(12일), 프랑스(11일)보다 많다.
공휴일이 겹쳐서 2∼3일 줄어든다고 해도 결코 선진국보다 적지 않다. 대부분의 근로자가 절반도 쓰지 않고 수당으로 보전 받는 15∼25일의 연차휴가까지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이런 현실에서 대체공휴일과 같이 일률적으로 휴일을 늘리는 조치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입법 주체들은 기업 부담을 전제로 얻을 수 있는 단기적 인기를 추구하기보다는 합리적이고 균형 잡힌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정리=황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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