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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형 칼럼] 교육개혁은 교육개방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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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1-17 21:26:51 수정 : 2010-01-17 21:2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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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장 독과점 체제로 운영
과감히 울타리 걷어치워야
일회성 유행으로 끝날 것 같던 ‘한류’가 지속되고 있다. 이제는 차분히 동남아시아의 문화로 자리 잡아 가는 느낌이다. 특히 일본에서는 영화나 대중가요에서 그치지 않고 한국 문화와 한글에 대한 관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비로소 이웃한 두 나라의 문화가 대등한 위치에서 자연스럽게 교류되는 현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런 한국 문화의 자신감은 10여년 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는 일본 문화에 대한 열등의식에 빠져 있었다. 일본 문화는 우리 것보다 우월한 것이었다. 일본 문화를 개방하면 우리 문화는 거의 없어질 것이라 걱정했다. 그러나 정부는 결단을 내렸고, 그 결과는 오늘 우리가 보는 것과 같다.

나는 우리나라의 ‘교육문제’를 보면서 일본 문화 개방정책을 생각한다. 우리 문제의 근원은 ‘독점과 폐쇄성’에 있다. 현재 우리나라 교육시장은 독과점 체제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한국의 교육기관과 교사에 의해서만 이루어지고 있다. 교육 소비자인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권은 극도로 제한받고 있다. 말로는 외국 학교를 유치한다고 하지만 규제가 많아 현실성이 없는 구호다.

암기식, 주입식, 사교육 등 열거하기 힘들 정도의 많은 문제점이 노출돼 있다. 수많은 처방이 주어졌지만 그 어느 것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그 원인으로 우리 스스로를 구속하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눈을 들어 세계를 보자. 이 세상에는 다양한 교육시스템과 제도가 있다. 그리고 각 시스템은 다양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다 큰 아이를 스스로 쳐놓은 울타리 속에 가두어 놓고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격이다.

우리의 교육제도를 개혁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하고 효과적인 방법은 ‘개방’이라 생각한다. 외국의 학교가 자유롭게 한국에 들어와 학교를 세우고 학생을 가르칠 수 있게 해야 한다. 초등학교부터 대학원까지 쳐진 모든 울타리를 걷어치우자. 외국으로 이민가지 않고, 기러기가족이 되지 않고도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자.

이런 주장에 대한 반대논리도 일리가 있다. 교육은 인간을 만드는 것이다. 교육은 민족혼을 가르치는 것이다. 외국 교육시스템으로 한국인을 가르치면 정체성에 혼란이 온다.

걸음마도 못하는 수준에서는 ‘보호’가 필요하다. 그러나 성장기를 맞이한 아이를 보호하면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이 나타난다. 우리가 자랑하는 기업을 보자. 외국 전자제품이 들어오지 못하게 됐더라면 오늘의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존재할 수 있었겠는가. 외국 자동차를 못 들어오게 했더라면 오늘의 현대자동차가 있을 수 있었을까. 외국의 대형 유통회사를 들어오지 못하게 했더라면 오늘날 토종 유통회사가 월마트와 까르푸를 밀어내고 외국에 나가 유통망을 개척하는 현상을 목격할 수 있겠는가. 특히 이런 기업을 정부가 보호하며 지도 관리했더라면 가능했을까.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은 정부가 울타리를 쳐놓고 그 속에서 정부가 해결해 보려는 것과 비슷하다. ‘신분이 보장된 사람’의 손에서 세계적인 제품이나 서비스가 나온 예를 들어본 적이 없다. 우리나라에서 세계 일류대학이 나오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정부가 보호막을 쳐주며 관리하니 치열함도 창의력도 부족한 것이다. 외국의 선진 학교는 적이 아니다. 스승이 될 것이다.

그동안 백방의 처방을 써봤지만 달라지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과감하게 울타리를 걷어치우자. 세계적인 학교를 초대해 스승으로 삼고 배우자. 이제 우리나라도 G20(주요 20개국) 의장국이다. 자신감을 갖고 개방하면 10년 후에는 변해 있는 우리 교육을 보게 될 것이다. 세계사는 가르쳐 준다. 개방하는 나라는 흥했고 쇄국하는 나라는 망했다.

KAIST 바이오뇌공학과 미래산업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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