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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명품은 작가의 작품을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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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7-19 22:44:44 수정 : 2010-07-19 22:4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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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생전 비즈니스를 잘한 작가를 꼽으라면 피카소나 달리, 앤디워홀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일본의 세계적인 작가 무라카미 다카시는 이들을 무색케 만든다.

무라카미 다카시는 루이뷔통의 수석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와는 46세 동갑내기이지만 마크 제이콥스의 지휘하에 루이뷔통과 동거를 하면서 부와 명예를 거머쥐었다. 카이카이키키(kaikaikiki) 주식회사까지 거느리며 세계의 돈을 끌어모으고 있는 그는 베르사유궁전 전시를 비롯해 로스앤젤레스뮤지엄, 뉴욕 브루클린뮤지엄, 구겐하임뮤지엄 등에서 대규모 회고전으로 러브콜을 받았다.

◇마리킴, 아트놈, 위영일 작가의 작품 이미지로 디자인한 에코백.
2009년 뉴욕에서 그의 전시를 보면서 너무나도 상업적이어서(무라카미 다카시의 비디오 작품의 주인공은 미국영화 ‘스파이더맨’의 여주인공이었다) 앤디워홀조차도 울고 갈 지경이었다.

40대 후반의 그의 작품은 옥션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최근의 프랑스갤러리(정확히 15년 전에 그를 발굴한 임마뉴엘페로당)에서는 한 점에 많게는 26억원부터 500만원(작은 에디션)까지의 작품이 거의 다 매진되었다. 그건 시작에 불과하다. 그는 가방, 의류, 신발, 장난감, 문구류, 지갑, 시계 등 셀 수도 없을 상품에 그의 작품을 입히고 있다.

무라카미 다카시는 헤네시, 로웨, 켄조, 지방시, 켈랑, 루이뷔통 등 수많은 계열사를 이끌고 있는 LVMH 베르나노아노 회장과 손을 잡고 있다. 화가이며 사진작가인 리처드 프린스와 그래피티 아티스트인 스테판 스프라우즈가 루이뷔통 백으로 친숙한 이름이 됐던 것을 연상시킨다.

명품 브랜드와 작가들의 만남은 비즈니스지만 표면적으로는 아름다운 예술품을 후원해 주는 기업의 이미지를 띠고 있다. 기업은 이미 유명해진 작가를 기용하는 것은 물론 동물적인 감성으로 참신한 젊은 작가를 파격적으로 기용하기도 한다. 전 세계 루이뷔통의 370여개 매장에는 작가들의 작품을 응용한 상품들이 쇼윈도를 장식하고 있다. 서울의 압구정거리를 30분만 걸어다녀도 이 같은 상품들을 입거나 든 이들을 쉽게 마주칠 수 있다.

에르메스는 매년 전 세계의 작가들을 발굴해 상을 주며 기업이미지를 높이고 있다. 스페인의 로에베라 브랜드는 사진작가 쉐마 마도즈와 손잡고 ‘로드백’ 런칭했다. 구찌, 입생로랑, 발렌시아가 등 명품 브랜드와 크리스티 경매사를 이끄는 프랑수아 피노는 세계 최고의 미술품 컬렉터다. 피노는 수많은 작가를 후원하며 이색적인 전시로 뮤지엄 전시보다 더 화제가 되고 있는 인물이다. 그의 소장품이 된 작품들은 또다시 세계 큰손들의 시샘이 되고 있을 정도다.

몇년 전 베르나노아노 LVMH 회장이 여러 계열사 대표들과 우리 화랑을 방문해 한국의 젊은 작가들의 전시를 보고 간 적이 있다. 사실 무라카미 다카시는 2003년부터 루이뷔통과 같이 일을 했으니 7년 전만 하더라도 그는 무명 작가였다. 영어 한마디도 못했던 그가 뉴욕에 주식회사를 차릴 만큼 성공한 배경에는 욘사마를 사모하는 일본의 사랑처럼 따지지 말고 그냥 누군가를 인정하고 사랑하려는 그런 배려들이 있었다.

기업들은 명품을 팔기 위해 명품 작가들을 모셔야 하는 시대가 됐다. 삼성은 소니를 제치고 우뚝 섰고 현대가 도요타를 제치고 웃는 마당에 예술에 있어서 무라카미 다카시가 지고 마리킴, 성태진, 아트놈이 세계적인 기업들과 일할 날들이 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참신한 한국의 젊은 작가들은 기업의 무궁무진한 고급 콘텐츠다. 국내에서도 올리브앤코라는 의류회사와 한국작가들의 동거가 시작됐다. 반가운 일이다.

이원주 갤러리LVS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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