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와 소통하며 새 기술 익히길 필자도 우리나라 대부분 직장인들처럼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는다. 매년 한 차례 도살장 끌려 가듯이 검진소에 간다. 우선 종합검진하는 병원 분위기가 마음에 안 든다. 가운을 입고 어슬렁거리며 걸어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마치 B급 공포영화에 나오는 좀비들 같기도 하고, 별 이상 없는 것 같은데 아직 비만은 아니지만 체중과다이니 이거 먹지 마라 저거 하지 마라, 잔소리 듣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원광연 KAIST 문화기술대학원장 |
IT(정보기술)분야에 이름이 잘 알려진 어떤 사람이 테크놀로지란 30세 이후에 나온 모든 것이라고 설파했다. 예를 들어, 인터넷이 우리 사회에 일반화된 지 20년 정도 되었다 치면 현재 나이 50세 이후 세대에게는 인터넷은 기술의 영역에 속한 것으로 인식되고 그 이후의 세대에게는 더 이상 기술이 아니라 생활의 일부로 수용된다는 것이다. 테크놀로지에 연령이 중요한 고려사항이 된다는 것인데 필자도 어느 정도 공감이 간다.
우스운 것 같지만 필자에게 팩스기는 공포의 대상이다. 컴퓨터는 20대부터 다루어 왔기 때문에 컴퓨터 기술이 빠르게 바뀌어도 힘들긴 하지만 적응하는 데 큰 문제는 없다. 그러나 30대 중반에 처음 본 팩스기는 그야말로 블랙박스나 다름없다. 분명히 컴퓨터보다 간단한 기계임은 익히 알고 있지만 전면에 붙은 각종 버튼은 왜 그리 많은지. 혹시나 버튼 하나 잘못 누르면 전화가 불통되거나 팩스기가 고장나지나 않을까 두렵다.
컴퓨터를 만지지 않고도, 팩스기를 건드리지 않고도, 스마트폰을 소유하지 않고도 그럭저럭 한 세상 살아갈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대가는 클 것이다. 생활도 불편하고 비효율적일 것이고 무엇보다 개인의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기술 연령을 낮출 수 있을까? 쉽지 않다. 더군다나 기술 주기가 점점 빨라져 새로운 기술을 익혔다 싶으면 바로 또 다른 기술이 나오는 상황이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려면 엄청 노력을 해야 하기 때문에 현실에 안주하려는 경향은 당연하다.
여기서 내 나름대로 터득한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젊은이들은 새로운 기술에 바로 적응하여 자기 것으로 만든다. 필자에겐 테크놀로지인 것이 그들에겐 수돗물이나 전기와 같이 생활의 일부이다. 젊은이들 중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자녀들이다. 필자도 트위터나 페이스북같이 요즘 유행하는 소셜 미디어는 큰딸에게서 배웠다. 그러다 보니 딸의 근황도 알게 되고 대화도 더 자주 나누게 되었다. 무엇보다 딸의 생활철학과 가치관을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할 수 있는 것 같고, 자식으로서의 딸이 아니라 독립된 개인으로서의 딸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새로운 기술도 배우고 자녀들과 대화와 소통도 커지니 그야말로 일석이조이다.
우리는 육체적으로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 몸에 좋은 음식으로 가려 먹고, 고가의 영양제나 보약도 마다하지 않는다. 적당한 운동은 필수이다. 육체적 연령에 더불어 정신 연령과 기술 연령의 삼박자가 맞아야 최상의 삶의 질을 영위할 수 있다. 현대사회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적절한 기술 연령 유지에 기술자나 과학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신경써야 할 것이다.
원광연 KAIST 문화기술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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