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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성칼럼] 재벌그룹 국민의 신뢰 얻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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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7-25 20:55:24 수정 : 2010-07-25 20:5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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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경영에 대한 감시 필요
사회적 기업으로 봉사해야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교수인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사회현상을 ‘신뢰’라는 개념으로 해석하는 세계적 학자이다. 신뢰는 구성원 간에 자신의 희생을 즐겁게 받아들이는 관계로서 이들 간에는 법적 계약이 필요 없다. 그에 의하면 일본은 국가를 단위로, 중국은 가족을 단위로 신뢰가 형성되어 있다고 한다. 이 논리는 기업 승계에도 적용된다. 일본은 국가를 위해 기업을 일으키고 능력 없는 친자식 대신 데릴사위나 양자를 세워서 기업을 계승시킨다. 반면 중국에서는 능력에 관계없이 자식에게 기업을 넘겨주는 것에 대해 사회에서 전혀 이의를 달지 않는다. 

조동성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한국은 중국과 마찬가지로 가족을 중심으로 신뢰가 형성되어 있는 나라다. 따라서 한국 기업에서는 거의 예외 없이 혈연에 의한 기업 승계가 일어나고, 이에 대해서 사회에서 이의를 달지 않는다. 그러나 재벌그룹에 대해서는 혈연 승계를 원하는 창업가족들에 대해 국민적 합의를 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팽배하다. 어찌 보면 자본주의 체제를 헌법으로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있을 수 없는 무언의 국민감정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그 이유를 재벌그룹의 역사적 형성과정에서 찾아보자.

1960년대 초반 정부는 한국을 후진국에서 개도국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부족한 자본을 차관이란 이름으로 해외에서 끌어오고, 이 희소자원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불균형 성장이론을 채택했다. 불균형 성장론은 자본을 시장논리가 아닌 정책의지에 따라 특정 수요자에게 배분해서 특정 수요자를 키우자는 이론이다.

불균형 성장론은 산업과 기업에 대해 두 단계로 진행되었는데 첫번째는 전략산업육성책이다. 정부는 5년마다 전략산업을 2개씩 골라 집중 육성하였다. 불균형 성장론은 기업육성책에서 두번째로 나타났다. 즉, 정부가 선택한 특정 전략산업을 키우기 위해 할당한 자본을 시장원리에 따라 다수 불특정기업에 배분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기업이 가지고 있는 능력에 대한 판단, 경우에 따라서는 정책결정자와의 친소관계에 따라 한두 개 회사에 집중 투자한 것이다.

이들 기업 중 일부는 열정과 근면으로 재벌그룹을 만들었다. 그리고 당시 재벌그룹 창업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우리 기업은 국민의 것”이라는 표현으로서 국가의 신뢰에 부응하는 자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로부터 대략 30년 후인 1990년대에 와서 정부의 기업에 대한 지원이 줄어들면서 영향력 역시 현저하게 줄었다. 그리고 이 시기에 재벌그룹의 1세대 창업자들이 자연수명을 다하는 현상이 나타났고, 이에 재벌그룹들은 예외없이 능력보다는 혈연을 기준으로 2세 승계를 채택했다. 그러나 승계과정에서 창업자들이 일반적인 가족기업으로 처리해 국민의 신뢰를 잃었으며, 재벌기업을 국가기업으로 믿던 국민들은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해 이 문제를 대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네 가지 대안을 생각해 보자. 첫째, 국민이 재벌그룹을 가족기업으로 인정한다. 둘째, 국가가 재벌그룹을 국민기업으로 경영한다. 셋째, 국민은 창업자 가족들에게 대주주 자격을 인정해 주되, 이들이 사회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끊임없이 감시하고 이들이 잘할 때에는 아낌없이 성원한다. 넷째, 재벌그룹이 사회적기업의 모습을 갖추어 국민 모두를 위해 봉사함으로써 지속경영으로 발전한다.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재벌그룹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첫째 가족기업 대안을 용인해 주는 듯하다. 둘째 대안은 우리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자본주의 체제에 역행한다. 그렇다면 국민 경제를 주도하는 재벌그룹에 대해서는 기존의 지혜를 기반으로 한 셋째 대안과 미래지향적인 넷째 대안이 바람직한 방향이라 할 수 있다. 재벌그룹의 창업자와 경영권 상속자들이 이러한 대안을 선택하고 행동에 옮길 때 한국 경제는 사회적 갈등을 극복하고 천민자본주의를 벗어나 선진국으로의 길을 찾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

조동성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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