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도난 기술로는 최첨단을 걷는다. 문자 그대로 불가능해 보이는 임무를 완수해 낸다. 이중삼중의 경비와 금고를 연상케 할 정도의 두꺼운 철제 출입문, 촘촘한 CCTV와 레이저 보안망을 뚫고 완벽한 사전정보를 토대로 서커스를 방불케 하는 기술을 선보인다. 탄식이 절로 난다.
그런 도난사건이 최근 중국 자금성(현 고궁박물원)에서 벌어졌다. 10m 높이의 성벽으로 둘러싸인 데다 1600개의 경보기와 3700개의 CCTV가 설치돼 있어 중국 최고의 보안시설로 통하는 곳에서도 허점은 있는 법이다. 수십억원 상당의 문화재를 훔친 도둑은 검거됐지만 도난품 가운데 일부는 내부 유리가 깨지는 등 파손됐고 아직 회수되지 않은 것도 있다고 한다.
강 건너 불 구경할 일만은 아니다. 우리 문화재도 도난방지대책이 허술하기는 마찬가지다. 2005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도난당한 문화재(비지정문화재 포함)는 189건 6325점에 이른다. 또 회수율도 41.4%로 매우 저조하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국보 7.6%, 보물 15.3%에만 도난방지시설이 설치돼 있다. 도난 우려가 심각한 상황이다.
열 명이 도둑 한 명을 지키지 못한다고 했다. 도둑맞지 않으려면 그만큼 대비가 철저해야 한다. 그러나 문화재 관리를 위한 예산과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문화재 절도 및 도굴에 대한 법적 처벌을 더욱 강화하고 보안시설을 대폭 늘려야 한다. 완벽한 장비를 갖췄더라도 보안정보가 누설되면 헛일이다. 자금성 도난사건도 전혀 경보가 울리지 않은 것을 두고 내부 공모자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
임국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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