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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칼럼] 강용석·곽노현 감싸기, 조조가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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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9-05 22:34:58 수정 : 2011-09-05 22:3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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求賢令은 비상시국의 비상처방
국회와 좌익진영, 크게 반성해야
인간 품성을 높이 살 것인가, 능력과 재주를 살 것인가. 쉽게 풀리지 않는 숙제다. 선출직 공직자를 제대로 뽑아야 하는 국민도 매번 골머리를 앓게 된다.

어느 쪽을 택하든 품성에 아예 눈을 감으면 큰 탈이 난다. 인간 세상의 이치가 그렇다. 여대생 성희롱 파문의 장본인인 강용석 의원을 최근 황당하게도 성경 구절까지 읊어가며 감싼 국회가 지탄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어제 하루가 아니라 백날 검찰에 출두해 봐야 동정표를 바랄 수 없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반대로 달려간 이가 없지는 않다. 삼국지의 악역 조조가 그랬다. 중국 동한 말기의 풍운아 조조는 능력과 재주를 높이 샀다. 심지어 품성은 묻지 말자고, 과거도 묻지 말자고 외쳤다. 오늘날의 인재 모집공고나 광고에 해당될 ‘구현령(求賢令)’을 통해서였다. 조조가 손권, 유비와 천하를 다투던 건안 15년(서기 210년)에 내건 구현령을 보자. 조조는 “현명한 이가 특별히 필요한 때다. 반드시 청렴한 선비만이 등용될 수 있다면 제환(齊桓)이 어떻게 나라를 제패할 수 있었겠는가”라고 했다. 여기서 ‘제환’은 제나라 환공을, 청렴과 거리가 먼 ‘현명한 이’는 관중을 일컫는다. 관중이 젊은 시절 친구 포숙아를 속여 장사 이윤을 빼돌리기 일쑤였는데도 환공이 허물을 묻지 않고 관중을 중용한 사실을 가리킨 것이다.

결론은 명쾌하다. 구현령 문장으론 이렇다. “나를 돕고자 한다면 품행이 바르지 못하고 결점을 가졌더라도 재능을 갖춘 인물을 추천해야 할 것이다. 내가 그를 기용할 것이다.”

건안 19년의 구현령도 마찬가지다. 당시 선발제도 기준인 인효(仁孝)는 개가 물어간 듯 한 줄도 보이지 않는다. 조조는 되레 가르친다. “품행이 바른 선비가 반드시 능력이 있다는 보장이 없고, 능력이 있는 선비가 반드시 품행이 바르다 할 수 없다.”

대한민국 국회는 ‘그런 혜안이…’ 하면서 말문을 잇지 못할 것이다. 강 의원 제명안 부결로 역풍을 맞은 처지에 여간 큰 위안거리가 아니다. “이만한 일로 강 의원을 제명한다면 이 자리에 남아 있을 국회의원이 과연 얼마나 되겠느냐”고 한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나 그런 발언에 “잘했어”라고 맞장구친 동료 의원들은 정말이지 감명 깊을 것이다.

곽 교육감 옹호세력 또한 동병상련이기 십상이다. 민주당은 “곽 교육감은 연대와 통합의 상징”이라고 보호막을 쳤다. 좌익 진영에선 ‘지킬 것은 인간 곽노현이 아니라 시민의 명예’라는 희한한 주장까지 내놓는다. 진영 논리에 갇혀 눈이 침침해진 탓일 것이다. 구현령은 그런 그들에게 백만원군에 가깝다.

정작 조조는 어찌 반응할까. 강용석을 감싸는 국회, 곽노현을 지키는 민주당과 좌익 진영에 힘을 실어줄까. 분에 넘치는 기대는 접는 게 낫다.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구현령은 비상시국의 극약처방이다. 조조라고 해서 흠결을 내켜 하지는 않았다. 춘추 시대의 사어(史魚)도 거론했다. 사어는 “품행이 나쁜 자를 임용했으니 정당(正堂)에 장사지내지 말라”고 유언한 인물이다. 품성을 못 가렸으니 후손 공경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한 것이다. 조조의 심정을 알려준다.

조조의 속내는 “나라가 평안하면 덕행을, 변란이 발생하면 재능을 숭상한다”는 건안 8년의 관리임용규칙에서도 드러난다. 품성을 도외시한 구현령은 울며 겨자먹기였던 것이다. 조조가 어찌 감싸기 행태를 편들겠는가. 차라리 깔깔대며 비웃고 말 것이다.

김 전 국회의장은 “누가 강 의원을 향해 돌을 던질 자격이 있느냐”고 했다. 기가 찰 노릇이다. 돌 던질 사람은 수두룩하다. 여야 정치인과 일부 지식인이 구축한 파렴치의 벽을 허물 수 있다면 왜 돌팔매질을 마다하겠는가. 철부지보다 못한 감싸기 족속들, 크게 반성해야 한다. 조조가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 돌을 던지기 전에….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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