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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광장] 국회의장의 권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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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10-13 22:36:21 수정 : 2011-10-13 22:3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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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장 처리’ 모범사례
국감법, 인사청문회법 처리해야
국회 의사당의 의장석은 위압적이다. 의원들의 목디스크 증세는 여기서 생길지도 모른다. 국회의장은 그 높은 데서 실눈으로 의원들을 내려다본다. 국회를 방문한 민초들은 ‘종교지도자’ 같은 국회의장을 보고 경외심을 가질까. 국회의장의 권위는 키높은 좌대와 온 몸이 푹 파묻히는 고급 의자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 국회의장답게 행동해야 존중받는다. 박희태 국회의장이 모처럼 박수를 받았다. 지난달 21일의 양승태 신임 대법원장 인준표결 처리과정은 모범적이다. “대법원장 공백 사태가 있어선 안 되며, 여당 단독 처리로 헌정 질서에 부담을 줘서도 안 된다”는 국회의장의 소신에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화답하면서 얼킨 실타래는 풀렸다. 법정신에 충실했고 정치력도 고단수였다. 박 의장이 입법부 수장의 권위를 고수한 덕분이다. 

백영철 정치전문기자
국회는 이번 정기 회기에 6700여개의 민생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 내년도 예산안을 비롯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법안 등 정치 쟁점 사안이 수두룩하다. 심각한 여야 갈등 구조로 원만하게 처리하기 어렵다. 이럴 때 국회의장의 진정한 권위가 필요하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위엄이 실리는 그런 국회의장이 싸움질만 하는 국회를 민의의 전당으로 돌려놓을 수 있다. 18대 국회는 내년 5월이면 종료된다. 일할 수 있는 기간은 이번 회기가 마지막이다. 박 의장이 명예의 전당에 오르려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 몇 가지 있다.

국정감사가 열리는 기간 국회 복도는 공무원들로 장터를 이룬다. 장차관의 국감 출석에 실무자들이 총동원된다. 이들은 의원들의 신경질적인 추가질의와 “2시간 내 보고하시오!” 등의 고압적 요구에 대비하기 위한 지원군들이다. 언제나 그 장면만 보면 한숨이 나온다. “디지털시대에 웬 아날로그 방식인가?” “이런다고 국회 위상이 높아지나?” 국회의장이 나서 풀어주어야 한다. 장차관 실국장만 ‘벌’ 세우면 되지 국감자료 준비하느라 잠 못 잔 그들에게 뻗치기 시킨다고 배지의 힘이 세지는 것은 아닐 게다. 국회의 품격을 위해서도 국감 기간, 상임위가 열리는 동안에 각 부처, 공기관 실무자들의 ‘복도 장사진’을 금지시켜야 한다.

대통령제 하에서 국정감사를 하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 역기능도 많지만 정부 견제와 세금낭비 방지를 위해 필요한 제도로 인정될 만큼 많이 개선됐다. 이제 남은 것은 상시국감 법안을 처리하는 일이다. 국감을 임시회기 내에서 상임위별로 시행하자는 관련 법안은 운영위에 계류돼 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하면 19대 국회부터는 국감의 선진화가 가능해진다.

이명박 정부는 인사 실패로 만신창이가 됐다. 대통령 탓도 크지만 허술한 제도 탓도 없지 않다. 국회가 구멍이 송송난 인사청문회 제도를 보완하면 정부의 인사실패를 최소화할 수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인사청문회법을 강화하는 쪽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현안보고서를 내놓았다. 박 의장이 관심을 갖는 순간 정부의 인사 수준은 확 높아질 것이다.

국회는 법을 만드는 곳이다. 국회가 앞장서 법을 지켜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번번이 공염불이 되고 있다. 선거구 획정위는 총선 6개월 전에 활동을 마치고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관련법에 규정돼 있다. 그 기한이 지난 11일이었다. 선거구 획정위 명단은 지난 7월 확정됐지만, 박 의장은 위촉장을 9월에 주었다. 이유는 우습다. “일부 위원들의 여름휴가 때문”이라고 했다. 박 의장의 법의식이 확고했다면 늦어도 8월에 획정위의 활동이 시작됐을 것이고 지금쯤 관련법에 규정된 기일에 맞춰 국회의장에게 보고서를 제출했을 것이다. ‘만만디’ 획정위는 14일에야 공청회를 갖는다.

박 의장은 18대 국회에 공천을 받지 못했다. ‘친이’ 세력이 토사구팽한 것이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결국 국회의장이 됐다. 여한이 없을 리 없지만 최고의 자리에 올랐기에 마음을 비우고 국회 위상을 바로 세우는 데 앞장서야 하지 않겠나 싶다. 지역구 출마를 하지 않는다면 국민의 눈치만 보면 된다. 양승태 대법원장 인준표결을 처리한 강단이 거듭 발휘되면 국회는 제법 달라질 것이다.

백영철 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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