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나누고 정년 더 늘려야 자영업이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지속적인 경기침체로 극심한 한파를 겪는 상태에서 창업자가 오히려 늘어 대규모 붕괴위험이 따르고 있다. 우리나라 자영업은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2009년 이후 사실상 고사위기를 맞고 있다. 급격한 매출감소로 최저생계비도 벌지 못하는 자영업자가 40% 이상을 차지한다. 이에 따라 부도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문을 닫는 자영업자가 속출하고 있다. 올 상반기만 해도 7만7000명의 자영업자가 시장을 떠났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전 총장)·경영학 |
우리나라 자영업은 경기변동에 극도로 민감한 특성을 갖는다. 대부분 음식과 주류, 도소매, 건설, 개인 서비스 등 부가가치가 낮은 업종에 몰려 있고 생존경쟁이 치열해 경기가 조금만 침체해도 큰 타격을 받는다. 내년 우리 경제는 자영업 붕괴 대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해외 경제불안으로 수출이 감소하는 데다 가계부채의 누적으로 내수가 위축돼 성장률이 3%대에 머물 전망이다. 여기에 원자재 가격과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물가는 4% 목표를 지키기 어렵다.
이번 자영업의 붕괴는 경제침체 중에 나타나는 경기순환적인 현상이 아니라 경제위기 후에 나타나는 구조적 현상이라는 데 심각성이 크다. 특히 베이비 부머 세대의 진입으로 자영업 전체가 유혈경쟁체제가 돼 경기가 침체하면 모두가 함께 쓰러지는 동반붕괴 위험이 크다. 10월 현재 국내 자영업자 수는 573만명으로 총고용의 30%를 차지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비율이 15%인 것에 비하면 곱절이다.
자영업이 자생력을 갖고 기본 경제동력으로 기능하려면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우선 퇴직자의 무덤이 되고 있는 자영업 진출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임금상한제와 근로시간 축소를 통해 일자리를 나누고 정년을 연장하는 정책을 확대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평균 근로시간이 길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임금격차가 커 이에 대한 필요성이 어느 나라보다 크다. 한편 자영업자 상당수가 전문적인 지식이나 정보가 없이 창업이 쉬운 업종을 선택한다.
그러므로 자영업에 대한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고 업소 개수, 수요 인구, 업종 주기 등 지역 상권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개인이 가진 전문성, 근로능력, 재정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어떤 업종의 자영업을 무슨 방식으로 운영해야 하는지 상담해주는 전문적인 멘토링 서비스도 해줘야 한다. 무엇보다도 정부는 경제정책의 초점을 수출중심에서 내수중심으로 바꾸어 중소기업과 자영업이 경제의 주축으로 자리 잡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공정거래질서를 확립하는 것은 물론 부가가치가 높고 고용창출능력이 큰 서비스 산업과 지식기반산업의 발전에 연구개발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더 나아가 정부는 금융 및 조세지원 정책을 통해 자영업의 구조조정을 유도해야 한다. 그리하여 자영업이 지속가능한 체제로 발전하게 해야 한다. 더욱이 경쟁에서 낙오한 자영업자가 극빈층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복지와 고용을 연계하는 사회안전망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전 총장)·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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