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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외래어 대신 친근한 우리말 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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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12-20 22:50:49 수정 : 2011-12-20 22:5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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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면 여러 가지 안내판을 보게 되고 안내 방송도 듣는다. 이런 안내판이나 안내 방송이 요즘은 최첨단 컴퓨터 기술의 활용으로 더욱 편리해졌다. 전철이나 버스 안에서 정거장 안내는 기본이고, 전철은 전광판을 이용해 타야 할 차가 어디쯤 오고 있음을 실시간으로 알려 주며, 버스는 주요 정류소마다 ‘버스 도착 정보 안내 시스템’이라는 것을 설치해 노선번호별로 예상 도착 시간을 알려 준다.

구법회 한글학회 정회원·전 연수중 교장
그런데 우리를 이렇게 편리하게 안내해 주는 말이나 글이 외래어나 외국어를 섞어 써서 거북한 경우가 흔히 있다. 전철에서는 승객의 안전을 위해 덧문을 만들고 나서 ‘스크린도어가 열립니다’와 같은 혀 꼬부라진 안내 방송을 한다. 국립국어원의 ‘우리말 다듬기’에서는 ‘스크린도어’라는 말을 이미 ‘안전문’으로 다듬은 지 오래다. 어떤 역에서는 ‘문이 열립니다’라고 말하는 음성을 들은 적이 있다. 또는 ‘덧문’이란 말도 괜찮다. ‘안전문’이 정확한 뜻에 가깝지만 ‘덧문’이 더 친근감이 있고 우리말답다.

버스도 자동 안내 장치가 잘 되어 있는데 여기에 쓰이는 말에도 어색한 것이 있다. ‘버스 도착 정보 안내 시스템’이란 말에서도 우리말답지 못한 냄새가 풍긴다. 이것은 ‘버스 도착 정보 알림(안내)’과 같은 쉬운 말로 쓰면 ‘시스템’이란 영어를 모르는 사람도 쉽게 알아 볼 것이다. 이 알림판에는 노선번호, 도착예정시간, 통과위치 등이 표시되는데 ‘현재 통과 위치’ 밑에는 ‘3개 전, 5개 전’ 따위로 안내하고 있다. 이것은 도착 전 남은 정류장의 수효를 나타낸 것인데, 이는 장소를 나타내는 단위이므로 ‘3곳 전, 5곳 전’으로 써야 바른 표현이다. ‘개’는 물건의 수효를 나타낼 때 쓰는 단위이므로 여기에 어울리지 않는다.

여기서 ‘잠시 후 육십오다시일(65-1)번 버스가 도착합니다’라는 안내 방송도 나온다. ‘-(줄표)’를 대부분의 사람이 ‘다시’라고 읽는다. 주민등록번호, 통장 번호를 부를 때도 마찬가지다. 이 기호를 영어인 ‘dash’로 읽는 것이다. 영어 발음을 외래어 표기법에 맞게 쓰면 ‘대시’이지만 일본식 발음을 거치면서 ‘다시’라는 외래어로 굳어진 것으로 보인다. ‘-(줄표)’를 말로 표현할 때는 ‘육십오 줄표 일’로 읽는 것보다 ‘의·에’로 읽으면 쉽게 통한다. 안내 방송은 ‘육십오의(에) 일 번 버스가 잠시 후 도착합니다’라고 하면 된다.

우리가 외래어나 외국어를 남용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이것이 우리 말글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세계 1등 문자인 한글과 한국어가 세계 공용어로 발돋움해가는 이때에 국어사전에 외래어가 폭증하는 것은 우리 말글의 순수성과 정체성을 잃는 중대한 일이다. 말은 곧 얼이며, 그 민족의 으뜸 문화다. 사회의 각 분야에서 온 국민이 우리말 지키기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구법회 한글학회 정회원·전 연수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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