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시론] 마녀사냥식 재벌개혁은 안 된다

관련이슈 시론

입력 : 2012-02-02 21:46:27 수정 : 2012-02-02 21:46:27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표 얻기 위한 ‘재벌죽이기’는 곤란
군림 않고 상생하는 모델 만들어야
지난해 미국 월가에서 발생해 세계로 퍼져나간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는 시위는 표면적으로는 월가가 상징하는 금융자본주의의 탐욕에 대한 반발로 시작됐다. 그리고 그 시위의 본질은 ‘1%대 99%사회’로 대변되는 부의 양극화와 거대자본에 대한 분노 표출에 있다. 상황은 다르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재벌 등 거대자본의 일방적 독식과 횡포에 대한 국민의 분노는 심각한 수준이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살펴보면 거대자본에 대한 국민적 반감과 민심이반이 심각함을 엿볼 수 있다.

조하현 연세대 교수·경제학
이러한 여론을 의식한 정치권에서는 재빠르게 각종 재벌 개혁 방안을 쏟아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재벌들의 빵집 및 소상공인 업종 진출에 대한 실태 조사를 지시하며 재벌의 무차별적인 사업 영역 확장에 대한 제동을 걸었고, 한나라당 역시 출자총액한도제 부활, 일감 몰아주기 방지, 하도급제도 개선 등의 개혁 방안을 제시했다. 민주당은 출총제 부활은 물론 이에 한술 더 떠 대기업 계열사 주식 보유분에 대한 배당금을 소득으로 간주해 세금을 물리는 ‘재벌세’라는 카드까지 한때 꺼내들었다. 이 방안은 당내에서 혼선을 빚자 재벌세라는 용어는 사용하지 않기로 한 발 물러섰지만 대선 정국에 재벌 개혁 논의의 주도권 선점을 위한 세싸움은 치열해지고 있다.

이처럼 재벌에 대한 비판여론과 각종 개혁 방안이 나온 배경에는 재벌의 책임도 당연히 있다. ‘납품단가 후려치기’를 비롯한 중소기업과의 ‘불합리한 하청구조’를 비롯해, 영세 골목상권과 재래시장마저 침해하는 무차별적인 사업확장, 갈수록 교묘해지는 기업 오너의 편법 상속·증여 등과 같이 사회 전반에 걸쳐 규칙을 무시하며 소위 ‘슈퍼 갑’으로 행세한 잘못이 크다. 이제 더 이상 대한민국을 대표해 국제무대에서 싸우는 글로벌 플레이어라는 이유로 면죄부를 주어서는 안 되며 분명 재벌에 대한 개혁과 경제민주화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재벌들의 잘못이 크다고 반재벌 정서를 업고 경제원리와 규칙을 무시하고 마녀사냥식으로 개혁의 물길이 흘러서는 안 된다. 재벌의 지배구조는 분명히 개선돼야 하나 그 방안이 표심을 얻기 위한 정치적 인기영합의 수단이 돼서는 결코 안 된다. 재벌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바로잡고자 한다면 경제적 권력의 남용을 방지하고 시장을 더욱 공정하고 성숙하게 만들어 서민, 영세상인, 중소기업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시장 생태계를 조성하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러나 국민적 반감을 이용해 ‘재벌 죽이기’로 표를 확보하려는 정치행위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

따라서 재벌에만 유리한 제도 또는 정책을 바로잡아 재벌들이 함부로 힘을 남용해 법과 규칙 위에 군림하지 않고 모두가 공정하게 경쟁하며 상생하는 올바른 방향으로 개혁이 진행돼야 할 것이다. 졸지에 개혁의 대상이 돼버린 재벌들로서는 한편으로 억울하고 민심이 야속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다보스 포럼에서도 볼 수 있듯이 세계에서 사회적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음을 주지해야 한다.

재벌개혁에 대해 저항하기보다는 지금까지의 관행적 잘못에 대해 수긍하고 중소기업과의 공생관계를 진작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 문어발식 사업확장을 억제하고, 하청기업에 대해 납품가격 하락을 강요하던 관행을 탈피하며 각종 사회사업 및 기부금 확대를 통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충분히 부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재벌이 자체적인 수정노력을 게을리한다면 나중에 엄청난 시련에 직면해 재벌의 기둥뿌리 자체가 흔들리는 비극이 도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하현 연세대 교수·경제학

기고·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엄현경 '여전한 미모'
  • 엄현경 '여전한 미모'
  • 천우희 '미소 천사'
  • 트와이스 지효 '상큼 하트'
  • 한가인 '사랑스러운 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