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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력을 가하면 팽창하고 폭발한다. 물리법칙이다. 단단해 영원불변할 것으로 생각되는 땅도 압력이 커지면 갈라지고 꺼지고 솟구친다. 사람 피부도 충격을 받으면 세포와 모세혈관이 파괴돼 피멍이 들고 고름이 생긴다.

안과 밖은 적정 압력 속에 경계가 이루어진다. 세포는 세포막, 국가는 국경선, 자동차 타이어는 고무테가 경계다. 안팎의 압력 균형이 무너지면 세포, 국가 같은 ‘그릇’은 깨지고 만다. 그 법칙에서 벗어나는 세상 이기(利器)는 없을 것이다.

탈북자는 물리법칙을 정확하게 보여 준다. 북한의 식량난, 억압정치의 내부압력이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말이다. ‘못 살겠으니 뛰쳐 나가는’ 현상이다. 북한 전체 인구에 비해 탈북자 비율이 1%대로 추정되지만 그 수가 늘고 있는 것은 분명 가압(加壓) 상태다. 한국행 탈북자만 해도 해마다 가속팽창해 2만4000명에 이르렀다.

체제 위기를 느끼는 평양 당국으로선 감압(減壓) 조치가 절실할 것이다. 중국 공안을 통한 탈북자 강제북송은 그중 하나다. 최근에는 중국 옌볜공안당국이 10월까지 대대적인 탈북자 단속에 들어갔다. 탈북자를 줄이기 위해 북한 주민 2만명에게 중국 당국이 취업비자를 만들어준 것도 압력을 낮추려는 시도일 것이다.

북한체제 또는 김씨 정권이 폭발하면 그 파편은 곧바로 중국으로 날아간다. 파편 정도가 아니라 중국 내 55개 소수민족의 분리·독립에 불을 댕길 수도 있다. 중국 턱밑에 자유·민주 세력이 바짝 다가가면 중국 내부 민주화 압력이 커지고 ‘중국 폭발’ 지수도 그만큼 커지기 마련이다. 중국이 국제사회의 고강도 비난에도 북한 편을 드는 이유다. 중국에 구금된 김영환씨 등 북한 체제 위협세력에게 중국 당국이 ‘국가안전위해죄’를 들이대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단순한 북·중관계 그 이상의 차원이다.

정부의 탈북자 정책은 거시적인 측면에서 되짚어봐야 한다. 탈북자 문제는 북, 중, 한, 미, 유엔까지 개입된 고차방정식이다. 끝도 없이 탈북자를 데려오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자연 탈북은 수용하되 자극적인 ‘기획 탈북’은 제어해야 한다. 동북아의 압력을 높여선 실익이 없다.

조민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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