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고, 영재고 다음은 천재고냐 인도에서 태어난 16세 고등학생이 뉴턴이 만든 문제를 350년 만에 풀어냈다는 보도가 얼마 전에 있었다.
사실 이 소년은 청소년만 참가하는 과학경연대회에 두 개의 문제 풀이를 제출했는데 지역대회에서 1등을, 전국대회에서 수학분과 2등을 했다. 이를 최초로 보도한 독일 신문은 과학기술 측면에서 검증된 사실을 보도한 것이 아니라 다만 훌륭한 고등학생이 있다고 소개했는데 영국 신문이 이를 과장 보도하고, 또 인도 신문이 보도된 기사를 보고 확대해 의미가 부풀려졌다. 하지만 2014년 8월 ‘수학 올림픽’인 세계수학자대회(ICM)가 국내에서 처음 개최되는 것을 생각해보면 수학 관련 기사가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한상근 KAIST 교수·수리과학 |
류루가 다룬 역(逆)수학은 오래전부터 해법을 모색해 온 문제이다. 예컨대 역(逆)공학이라는 것이 외국에서 완제품으로 구입한 전투기를 분해해 보고 그것을 근간으로 삼아 우리 기술로 전투기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역수학은 수학적 증명의 기초를 가장 근본까지 분석해 어떤 가정이 본질적으로 반드시 필요했고, 어떤 가정은 없어도 무방했는지, 즉 원래 명제의 역을 밝혀내는 것이다. 필자가 학창 시절 수학의 여러 기본 가정 중 직관적으로 받아들인 이런 것이 있다. 직선이 있고 그 옆에 다른 점이 있으면 그 점을 지나는 평행선이 있다. ‘평행선 공리(公理)’라고 부르는 것인데, 이 가정이 필수불가결한지 아닌지를 증명하기 위해 무수한 도전과 실패가 계속돼 오면서 오랫동안 수학자들을 괴롭혔다. 류루가 증명한 것은 역수학에서 잘 알려진 기본 가정 두 개가 서로 독립적이며 그러므로 두 개 모두가 필수불가결하다는 것이었다.
신경보(新京報)와의 인터뷰에서 류루는 “천재라고 불리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나는 수학적 재능을 조금 물려받았고 수리논리학 분야에서 실력이 뛰어난 평범한 학생일 뿐”이라고 했다. 또 그는 “개인은 자신만의 특별한 점이 있으며, 나 역시 어릴 적부터 수학에 흥미를 느끼고 끊임없이 좋아하는 일에 몰두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내가 감탄했던 점은 이 수학 천재가 부모의 희망과 다르게 스스로 뚜렷한 목표를 세우고 좋아하는 수학자의 길을 택한 것과 자기성찰을 통해 끊임없이 노력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입시환경에서는 안타까운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출제 문제를 다른 학생보다 조금 일찍 풀어내는 재능은 대부분 영재성이 아니라 선행학습의 결과일 뿐이다. 국제수학경시대회에 북한이 출전하자마자 높은 등수를 얻은 이유다. 수학은 암기과목이 아니라 원리가 이해되면 풀 수있는 과목이다.
어느 분야에서 영재가 되기를 원하면 다른 과목에서는 평균 수준으로 만족해야 한다. 전 과목 2등급보다는 한 과목 0.1등급이 사회에 훨씬 더 많이 기여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발전하려면 명문대 인기학과 진학 그 자체가 최종 목표인 수재나 영재 만들기는 이제 그만둬야 한다. 이미 과학고의 희소가치가 낮아져 영재고를 여기저기에 만들어내고 있다. 영재고가 시들해지면 그때는 또 천재고를 만들자고 할 것인가.
한상근 KAIST 교수·수리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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