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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가계부채 ‘5대 뇌관’ 제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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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07-02 21:18:41 수정 : 2012-07-02 21: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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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응변 대책으론 해결 못해
원리금 상환부담 대폭 낮춰야
10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최근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0.85%에 달해 5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럽발 경제위기, 부동산 가격급락 등 대내외 충격이 주어질 경우 언제라도 가계부채의 폭발을 가져올 수 있다.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5대 뇌관을 갖고 있다. 우선 3곳 이상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가 180만명으로 늘고 연체율이 4.15%로 올랐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전총장)·경영학
또한 입주도 하기 전에 부실화한 아파트 집단대출이 102조원으로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33.5%에 이르며 연체율도 1.71%의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부도의 벼랑 끝에 밀린 자영업자가구의 평균부채는 8450만원으로 전체 가구평균 5200만원의 1.6배나 된다. 더욱이 안정된 소득이 없어 부실화를 피하기 어려운 50세 이상 고령자의 대출이 전체대출의 46.4%에 달한다. 이들의 평균부채는 6900만원으로 이미 전체가계부채 평균의 1.3배이다. 특히 250만명의 저신용자가 이용하는 대부업체대출의 연체율이 지난해 8%에서 15%로 치솟아 터지기 직전이다.

금융감독원은 문제의 심각성이 커지자 잠재적 신용불량자를 위해 대출금리를 낮추고 원금을 장기 분할상환하는 ‘프리워크아웃제’를 추진하고 있다. 또 정부는 재정을 투입해 서민 신용보증기관을 세워 고금리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더 나아가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해 은행권의 금융지원을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은 임기응변에 지나지 않는다. 실업증가, 소득감소, 부동산 가격하락 등으로 인해 연체율이 계속 높아지고 생계형 부채가 증가할 경우 밑빠진 독에 물 붓기로 끝날 수 있다.

일단 가계부채 문제는 은행의 책임이 크다. 은행이 부동산불패의 신화를 조장하며 주택담보대출을 늘려 국민을 가계부채의 덫에 걸리게 했다. 원금 상환을 미룬 채 이자만 내는 주택담보대출자가 전체 대출자의 76.8%에 이른다. 또 주택담보대출자 중 42%는 내년까지 거치기간이 끝난다. 현 상태로 나아갈 경우 주택담보대출자 상당수가 경매처분으로 주택을 잃는 것은 물론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수 있다. 은행이 가계부채에 대해 원리금 상환부담을 덜어주는 것은 물론 별도의 지원기금을 설치해 부실채무자를 대규모로 구제하는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한편 정부와 한국은행은 금리정책의 역발상이 필요하다. 그동안 금리인하는 가계부채를 증가시키고 물가불안을 야기한다는 이유로 인해 금기시돼 왔다. 이에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3.25%에서 1년이나 동결하는 정책을 폈다.

그러나 최근 가계부채는 경제사정의 악화로 증가세가 꺾이는 불황형 둔화현상을 보이고 있다. 또 소비수요가 전반적으로 줄어 물가도 3% 이하의 안정세이다. 현 상황에서 금리인하 정책을 펼 경우 대출금리 인하에 따른 이자부담 감소와 경기활성화로 인한 부채상환능력 증가가 동시에 나타나 가계부채 해소에 이중효과를 거둘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금리인하 정책을 투자활성화와 일자리창출정책과 연계해 가계부채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노력을 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유럽재정위기의 여파로 세계경제에 위기의 거대폭풍이 밀려오고 있다. 우리 경제는 수출과 내수가 동시에 타격을 받아 심각한 불황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문제는 세계 각국이 이미 국가부채가 많아 재정지출을 늘릴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각국은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재정지출 대신 통화공급확대를 주요 정책으로 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금리인하 정책을 펴는 것은 가계부채문제의 해소뿐만 아니라 세계경제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된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전총장)·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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