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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칼럼] 루사, 매미, 산바, 그리고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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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09-17 20:31:31 수정 : 2012-09-17 20:3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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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태풍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
안철수 스타일, 확 달라져야 한다
스산하다. 비바람 때문이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대기도 마찬가지다. 바람은 고기압 쪽에서 저기압 쪽으로 분다. 기압 차가 크면 핵탄두 몇만 개 위력의 대형 태풍이 배양된다. 제16호 태풍 산바도 괴력으로 한반도를 뒤흔들었다.

이승현 논설실장
대한민국 정치권에도 비바람이 분다.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휘몰아치는 ‘안철수 태풍’이다. 산바 같은 물리 현상은 아니다. 대한민국이 일찍이 겪어본 적 없는 정치사회 현상이다. 이력서에 정치경력 한 줄 적을 게 없는 문외한의 동정에 정치권이 후들거린다. 대선 판도마저 그렇다.

태풍의 핵은 다 알다시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장이다. 그는 곧 대선 출마 여부를 밝히겠다고 예고했다. 최종 향방은 미지수지만 출마를 결심했다는 풍설이 흘러나온다. 초읽기 국면이다. 문재인 민주당 대선 후보가 먼저 강풍에 맞서야 한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태풍이 어디로 어떻게 상륙하는지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태풍은 고온다습한 해역에서 자라난다. 11일 필리핀 마닐라 동남동쪽 해상에서 발생한 산바도 그랬다. 안철수 태풍의 모태는 다르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다. 상당수 국민이 못난 짓만 골라서 하는 정당정치에 등을 돌려 새 바람을 찾았다. 그것이 수증기가 됐고 상승기류가 됐다. 기압 차를 몰라보게 확대시켰다. 정치권이 뿌린 대로 거둔 것이다.

지난해 9월 이후 정치권은 앞다퉈 변신했다. 유력 정당치고 당명을 바꾸지 않은 정당이 없다. 4·11 총선을 거치면서 물갈이도 했다. 나름 안간힘을 쓴 것이다. 유달리 눈치가 빨라서가 아니다. 1년 전 태풍의 눈이 형성됐을 때부터 기류가 워낙 심상치 않았다. 정치권은 먼지처럼, 낙엽처럼 바람결에 흩날렸을 뿐이다. 주먹깨나 쓰는 것 같던 여야 정당이 그렇게 무력했다.

태풍은 자연재해의 대명사다. 2002년 8월 강릉에 물 폭탄을 투하한 루사는 5조 원 웃도는 재산피해를 냈다. 2003년 9월 한반도에 상륙한 매미는 4조 원대 재산피해에 그쳤지만 인명피해 규모로는 루사를 능가했다. 산바가 할퀴고 간 상처도 깊을 것이다.

태풍을 손가락질할 일은 아니다. 태풍 없이는 지구 생태계 건강이 유지될 수 없다. 태풍은 저위도 지역의 열에너지를 고위도로 이동시켜 지구 열평형을 돕는다. 바닷속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강수량을 동반하는 점도 기특하다. 태풍이 없다면 한반도는 물부족 지역이 되고 만다.

안철수 태풍도 그렇다. 밝은 면이 많다. 국내 정당정치를 정화하는 기능이 단연 돋보인다. 미꾸라지 양식장의 메기 역할이다. 20∼30대의 열광적 지지에는 이유가 있다. 연예 프로그램 두 편과 책 한 권, 그리고 청춘콘서트밖에 달리 아는 것이 없는 점이 걸리지만 밝은 광채를 덮을 일은 아니다.

명백히 어두운 면도 있다. 가장 큰 것은 안 원장이 어떤 국가관을 가졌는지, 국정수행 능력을 제대로 갖췄는지 등을 따져볼 여유조차 없이 선택을 강요받게 됐다는 점이다. 대선 의미와 중요도로 미루어 재앙에 준하는 문제점이다. 안 원장 책임이 크다. 시간이 아직 많다고? 앞으로 남은 3개월은 네거티브 공방에도 모자랄 시간이다.

자연계 태풍의 진로는 태풍도 모른다. 안철수 태풍은 다르다. 안 원장에겐 자기 손과 같다. 마음대로 주먹을 쥘 수도, 펼 수도 있다. 그런데도 1년 넘게 ‘나도 몰라’로 일관했다. 칭찬받을 수는 없다.

안 원장이 대권을 꿈꾼다면 이제 투명하게 나서야 한다. 어떤 정부를 꾸리겠다는 것인지, 일자리 처방은 뭔지, 국가안보는 어찌 지킬지 등을 서둘러 알려줘야 한다. 신비주의는 애플이나 연예계에 넘길 일이다. 안철수 스타일, 확 달라져야 한다.

이승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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