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국조’ 카드로 뒤집기 노려 여야가 겉으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원본 실종을 놓고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지만 안으로는 출구전략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여야 모두 북방한계선(NLL)을 둘러싼 지루한 정쟁을 바라보는 싸늘한 여론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서다. ‘사초(史草) 폐기 논란’을 더 끌고가는 것 자체가 공히 득될 것이 없다는 현실적 판단도 깔려 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민주당이다. 원본 열람을 먼저 촉구하고 주도한 만큼 수세에 몰렸다는 위기의식이 당내에 적잖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국가기록원장을 사초 폐기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자는 주장이 일각에서 나오지만 당 지도부가 거리를 두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23일 문재인 의원을 비롯해 전날 신경민 최고위원도 “어느 수준에서 이 논란을 종식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며 NLL 공방 중단을 언급했다.
하지만 언제, 어떤 방법으로 탈출하느냐가 난제인 데다 친노(친노무현)와 비노 간 입장이 달라 당 지도부의 선택이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문 의원이 회의록 실종에 대해 어떤 해명도 내놓지 않은 것이 어려움을 가중시켰다는 평가다. 민주당은 일단 국가기록원에서 확보한 사전·사후 회의록 자료 열람을 계속 촉구하면서 국면 전환을 시도하는 한편 국정원 국정조사 카드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4일부터 시작되는 국정원 국정조사에서 기관보고가 시작되면 국면 뒤집기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새누리당도 NLL 논란 장기화가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집권여당이 민생 현안을 외면한 채 내부 강경파에 휘둘려 정쟁 이슈에만 매몰되면 당장은 이긴 것 같지만 결과적으로 선거에서 국민의 외면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짙게 깔려 있다. 최경환 원내대표가 이날 바로 민생 탐방에 돌입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국정원이 보관 중인 정상회담 회의록 녹음파일 공개를 주장하던 당 소속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이 NLL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가능하면 논쟁을 접고 당에서도 NLL 포기 진위에 대해 여야가 공동으로 NLL 목록을 확인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하자고 제안을 했는데 민주당에서 답이 없다”며 한발짝 물러서는 태도를 보였다. 일부 강경파는 “출구전략은 시기상조”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지도부는 회의록 실종 진상규명을 위한 검찰 수사를 출구로 보고 야당과의 협상을 준비 중이다.
이천종·이우승 기자 sk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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