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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후계구도'는…"脫김정일화 막으려 정철·정운 중 선택할 가능성"

입력 : 2008-11-13 09:11:08 수정 : 2008-11-13 09: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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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전문가 정성장 실장에 듣는다
정 성 장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장>
●프랑스 파리-10-낭테르 대학 정치학 박사 
●(현)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장 
●(현)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 정책위원장
●(현)한국정치학회 북한통일연구분과 위원장
정성장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장은 12일 북한 김 위원장이 건강 이상으로 후계자 선정작업을 서두를 것이라고 말했다. 정 실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특히 “김 위원장의 영향력도 쇠퇴할 것”이라며 “장애가 남을 경우 김 위원장이 제2인자나 후계자를 통치의 전면에 내세우고 자신은 배후에서 핵심적인 사안에 대해서만 결정을 내리는 방식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정 실장은 이날 북한군이 12월부터 군사분계선을 통한 모든 육로통행을 제한·차단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이라는 위기 상황에서는 북한간부들이 친남·친미 입장을 취할 경우 의심받을 수 있다”며 “북한 간부들의 대남입장이 강경해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북한처럼 극도로 폐쇄된 체제에서는 최고권력자의 건강 이상은 심각한 권력투쟁을 유발할 수 있다. 김 위원장 건강에 이상이 생긴 것만은 분명한데 이에 따른 혼란은 없나.

“그 문제를 놓고 탈북자들과 토론도 했지만 그들 얘기는 김 위원장의 숨이 조금이라고 붙어 있는 한 권력투쟁은 상상도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나도 여기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과거 김 위원장이 어려운 시기일수록 충신과 간신을 구별하기 쉽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 지금처럼 김 위원장 건강에 문제가 있을 때 오히려 북한 내부에서 김 위원장을 향한 충성경쟁이 활발해질 수 있다. 정권수립 기념일인 9·9절을 맞아 북한의 5대 권력기관이 김 위원장에게 충성맹세를 한 것이 이를 말해준다. 만약 누가 김 위원장의 숨이 붙어있는데 후계자 문제를 거론한다면 곧바로 견제당할 것이고 김 위원장 충성세력에 의해 제거당할 것이다. 김 위원장 이후 문제는 김 위원장의 숨이 끊어진 이후에나 논의가 가능하다. 그만큼 김 위원장이 절대 권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 사태는 어떤 식으로든 후계구도나 김 위원장의 리더십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는가.

“물론이다. 앞으로 김 위원장은 후계자 결정을 서두를 것이다. 2∼3년 내에 후계자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김 위원장의 영향력도 점차적으로 쇠퇴한다. 장애가 남을 경우 김 위원장이 제2인자나 후계자를 통치의 전면에 내세우고 자신은 배후에서 핵심적인 사안에 대해서만 결정을 내리는 방식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일종의 공동정권이다.”

―그렇다면 누가 후계자나 제2인자가 될 가능성이 큰가.

“김 위원장으로서는 아들인 김정철(차남)이나 김정운(3남)을 자신의 후계자로 내세우려 할 것이다. 다만 그들이 너무 젊기 때문에 자신의 동생인 김경희의 남편 장성택을 제2인자 또는 후계자로 지명할 수도 있다. 장성택은 북한 지도부내에 나름대로 인맥을 구축하고 있고 보스기질도 있다.”

―장성택이 현재 공동권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는데 근거가 있다고 보는가.

“장성택의 위상을 과대평가했다고 본다. 현재 장성택에게 상대적으로 힘이 실리는 것은 맞는데 공동권력을 행사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만약 김 위원장이 5년 이내에 사망한다면 권력이 장성택에게 넘어갈 수 있다. 그 이유는 김 위원장이 후계자로 염두에 두고 있는 인물이 김정철이지만 나이가 만 27세에 불과하다. 너무 젊고 업무경험도 적다. 김 위원장이 갑자기 사망한다면 김정철 체제를 옹립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선택할 카드가 장성택밖에 없다. 김 위원장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후계자가 탈김정일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김 위원장 입장에서 그런 길을 가지 않을 인물은 자식들밖에 없고 차선으로 장성택을 택할 수 있다. 장성택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행정부장을 맡고 있다. 국가보위부, 사회안전성, 검찰 등 주요 권력기관의 행정을 지도하는 중요한 자리다.”

―김정철은 친모인 고영희의 사망(2004년)으로 어려워지지 않았는가.

“고영희가 살아 있었다면 후계문제는 어느 정도 결정됐을 것이다. 고영희가 살아 있는 동안 김정철을 후계자로 확정하기 위해 활발히 움직였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김용순 노동당 비서(2004년 사망)를 앞세웠다는 설이 있는데 상당히 신빙성이 있다고 본다. 한때 김용순 비서가 명실상부한 2인자 역할을 하기도 했다. 고영희가 절정의 권력을 행사했던 시절이다. 2003년 황장엽씨가 ‘김정일 체제가 무너질 경우, 그래도 다음을 이을 사람이 있는데 지금으로서는 장성택이 가장 가깝다’고 말했을 때 고영희로서는 청천벽력 같은 얘기였을 것이다. 당시 장성택의 큰형은 평양방어의 군사책임자였고 둘째 형은 군단 정치위원을 맡고 있었다. 둘 다 모두 유사시 군대를 동원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사실상 종파행위를 하고 있었지만 북한 내부에서 아무도 이를 지적하지 못했다. 황장엽씨가 그 얘기를 하고 난 다음 김 위원장에게도 보고가 올라갔고 그후 장성택은 직무정지됐다. 그 과정에서 군부실력자인 리제강, 리용철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두 사람은 모두 현재도 핵심요직인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을 맡고 있고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는 장성택이 복권됐지만 직무정지 전의 직책인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으로 돌아가지 못한 것에서도 드러난다. 장성택이 권력승계과정에서 가장 두려워할 사람은 이들이 될 것이다.”

―고영희 사망 이후 사실상 김 위원장의 부인 역할을 하고 있는 김옥이 김정운을 후계자로 밀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김옥이 김정일 유고에 대비해 김정운을 앞에 세우고 자신이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해서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김정운을 밀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 그런데 8월 중순 김정운이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교통사고를 당해 중태에 빠졌다는 보도가 있었다. 여러 경로를 통해 들은 얘기를 종합한 결과 그 소문은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 처음에는 루머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지난 8월 북한을 방문한 프랑스 의사가 김 위원장을 진료한 것이 아니고 다른 사람을 치료했다고 한다. 그러면 대상이 누구인가가 문제인데 조명록 국방위 제1부위원장이나 김 위원장의 로열 패밀리일 가능성이 있다. 그게 김정운이라는 것이다. 김정운도 고영희나 김정철처럼 프랑스에서 진료받은 전력이 있다.”

―3대 세습구도로 갈 경우 장성택은 누구를 지지할 것으로 보는가.

“장성택이 김정남과 가까운 사이이고 중국도 김정남을 밀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 그러나 장성택의 김정남 지원설은 근거가 희박하다. 김 위원장이 동거했던 성혜림과의 사이에서 낳은 장남 김정남을 아들로 내세우지 못하는 상황에서 장성택이 김정남을 지원한다는 것은 김 위원장의 의중에 벗어나는 것이다. 두 사람의 위상을 비교해보면 김 위원장의 마음이 어디에 가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물론 고영희가 자신을 직무정지시키는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기 때문에 김정철을 불편하게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김정남은 워낙 기본이 없다 보니 김정남을 미느니 자신이 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할 것이다.”

―군부의 동향도 중요하다. 군부는 누구를 지지하는가.

“김정철이 군부를 장악하기 유리한 위치에 있다. 고영희가 살아 있을 때 자신의 측근들을 군 간부로 만들었고 김 위원장은 군부대를 시찰할 때 김정철을 데리고 다녔다. 얼마 전 일본 언론은 김정철이 조직지도부 부부장으로 임명됐다고 보도했는데 사실이라면 후계자로 임명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북한군이 군사분계선을 통한 육로통행을 제한·차단하겠다고 밝혀 남북관계 전면 차단이 우려되는데 북한의 의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대남압박 수위를 높여 남한을 대화에 끌어들이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때에 따라서는 북한이 금강산 관광 중단이라는 강수도 둘 수 있지만 문제는 남북경색이 장기화하면 북한으로서도 좋을 게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북한으로서는 긴장을 고조시켜 남북관계 경색국면을 빨리 매듭짓겠다는 계산을 했을 수도 있다. 북한이 표면적으로는 강하게 나오지만 내적으로는 절박감을 갖고 있을 수 있다. 남측의 경제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경제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전천실 선임기자, 사진=이종덕 기자 chun2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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