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중 8명 신문·방송 기사 무단 전재
스스로 만든 법 안지켜 비난 자초해 지난 7월 개정 저작권법 시행으로 저작권 침해에 대한 규제와 처벌이 강화됐으나 정작 법을 만들고 개정하는 국회의원들이 저작권 보호에 소홀한 것으로 드러났다. 네티즌들이 서둘러 개인 홈피나 블로그에서 기사나 음악 등을 삭제하고 있는 것과 달리 국회의원 홈페이지는 사실상 ‘무풍지대’였다.
27일 본지가 국회의원 전체 292명의 홈페이지와 블로그 등을 확인한 결과 83.9%인 245명이 저작권법을 어기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저작권법상 언론사가 생산한 기사(단순 사건·사고 기사 제외)를 자기 홈페이지나 블로그 등에 무단으로 게재(스크랩)할 수 없으며, 제목만 노출시켜 놓고 이를 클릭할 경우 해당 언론사 사이트로 이동하도록 링크하는 행위만 허용되는데 국회의원 10명 중 8명이 이를 지키지 않고 있었다.
정당별로 한나라당은 전체 168명 중 136명(80.9%)이 저작권법을 어기고 있었다. 민주당은 84명 중 77명(91.7%), 자유선진당은 18명 중 15명(83.3%), 민주노동당과 친박연대는 각각 5명 중 4명이 언론사 저작권을 침해하고 있었다.
창조한국당은 3명 중 2명, 무소속 의원 8명 중 6명이 이를 지키지 않았다. 진보신당의 유일한 의원인 조승수 의원도 시일이 꽤 지난 기사의 경우 전문을 그대로 올려놓고 있었다.
저작권법 소관 상임위원회인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28명 중에는 고흥길 위원장을 포함해 18명이 기사를 전재해 놓았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지난 10일 홈페이지 ‘신문기사’ 게시판에 “신문 및 방송 기사 내용 전문을 인용해 홈페이지나 블로그에 게재하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다”며 “해당언론사 직접 링크 등을 통해 잘못된 점을 바로잡도록 하겠다”는 공지를 올렸다.
하지만 공지 게시 후 글만 해당 언론사로 링크가 돼 있을 뿐 이전 게시글은 여전히 기사 전문이 노출돼 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홈페이지도 4000여개 기사 중 대부분이 링크 없이 내용 전체를 공개하고 있다.
기사 전문을 올려놓고 생색내기식으로 해당 언론사 사이트로 링크한 사례도 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의 홈페이지에 올려 있는 3000여개의 글 중 절반가량이 기사 전문과 함께 해당 언론사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도록 웹사이트 주소를 함께 올려놓았다.
김 의장실 관계자는 “조만간 홈페이지를 개편할 텐데 개편 후 해당 언론사에 링크가 되도록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수많은 언론사가 있어 각 언론사와 계약해 게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지난주부터 저작권법에 맞춰 수정 중이고 앞으로 국회 차원에서도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귀전 기자·홍성환(한림대 언론정보학부) 인턴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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