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정운찬 전 총리를 전격 발탁했었다. 당시 정 전 총리도 ‘대권 관리용’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세종시 수정 불발과 함께 중도하차했다. 김태호 전 경남지사는 ‘총리 후보자’ 꼬리표도 떼지 못하고 낙향하게 됐다. 두 번의 패착은 차기 대권주자 인공·속성 재배가 어려움을 시사한다. 어쩌면 ‘불가능’한 게 아니냐는 판단도 들 법하다. 차기 경쟁 구도 다자화를 바라는 이 대통령으로선 아주 곤혹스러운 대목이다. 레임덕(권력누수) 차단과 정권재창출 공헌을 위한 자신의 의도가 헝크러지는 탓이다.
◇김문수 ◇오세훈 |
김문수 경기지사도 혜택을 볼 수 있는 주자다. 김 후보자에게 쏠렸던 친이(친이명박)계의 관심을 되돌릴 수 있어서다. 여권 관계자는 “김 지사가 6·2 지방선거 후 친이계 내 차기 대안으로 부상했는데, 김 후보자 출현으로 위기를 느꼈던 것으로 안다”며 “김 지사가 최근 김 후보자와 이 대통령에게 각을 세운 발언을 계속했던 것도 이 때문”이라고 전했다. 김 지사는 그러나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만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50세 오세훈 서울시장도 예외가 아닐 성싶다. 여권 내 젊은 이미지를 대표하려던 오 시장으로선 ‘40대 기수론’의 불씨가 될 뻔한 잠재적 라이벌이 사라진 셈이다. 하지만 오 시장도 함구했다.
현재로선 누구에게 더 득이 될지는 모를 일이다. 이는 이 대통령의 다음 선택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3차 시도’를 포기한다면 박 전 대표를 끌어안을지, 친이·범이계 선두주자를 고를지가 관건이다.
허범구 기자 hbk100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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