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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리포트] 뜨거운 감자된 對北전단 논란

입력 : 2011-03-15 23:03:46 수정 : 2011-03-15 23: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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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들어 본격 살포…北체제 충격파 커져…실효성 놓고 의견 분분 “심리전 행위가 계속된다면 임진각을 비롯한 반공화국 심리모략행위의 발원지에 대한 우리 군대의 직접조준격파사격이 자위권 수호의 원칙에서 단행될 것이라는 것을 정식 통고한다.”

지난달 27일, 남북 장성급군사회담 북측 단장은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통해 국방부로 전화통지문을 보내 높은 수위의 으름장을 놨다. 같은 달 16일 한나라당 의원들과 탈북자 단체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생일을 맞아 임진각에서 전단 30여만장을 날려보낸 데 대한 반응이다. 북한이 임진각 지역을 지목해 ‘조준격파사격’ 위협을 내놓자 해당 지역주민들과 전단 살포를 주도한 보수단체가 맞서면서 남남 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대북 전단 살포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사진은 탈북자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과 북한인민해방전선 회원들이 지난해 12월18일 연평도의 연평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을 비난하는 내용의 전단과 동영상 CD, 미화 1달러짜리 지폐를 대형 풍선 10개에 매달아 날려보내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현정권 들어 본격화


한반도 분단의 상징이던 ‘삐라’가 또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남북은 1972년 남북공동성명에서 상대방을 중상비방하지 않기로 합의한 데 이어 2004년 6·15 공동선언을 계기로 상호 심리전을 전면 중단했다. 하지만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탈북자단체 등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대북전단 살포가 다시 본격화됐다.

현재 대북전단 살포는 탈북자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주도하면서 20여개 보수단체들이 동참하고 있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전단은 ‘삐라’가 아닌 ‘사실과 진실을 알리는 편지’”라고 주장했다. “모든 통로가 차단된 북한 주민들에게 유일하게 열린 통로인 하늘을 통해 진실을 알리는 것은 탈북자들의 의무이자 책임”이라는 것이다.

전단 내용과 형식도 다양해졌다. 김정일·김정은 부자와 북한 체제를 비난하는 내용 일색에서 1, 2달러짜리 미화 지폐, DVD, 단파수신 라디오 등으로 폭이 넓어졌다. 최근에는 중동 민주화혁명 관련 소식도 포함됐고, 국방부는 생필품을 함께 보낸 것으로 최근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확인됐다.

대북 전단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분명치 않다. 당초 정부는 전단이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을 감안해 자제해줄 것을 민간단체에 요청했다. 교류협력에 관한 법 등 실정법을 통해 규제할 근거가 마땅치 않지만, 북한의 강력한 반발을 감안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3월 천안함 폭침을 계기로 정부 입장도 달라졌다. 정부는 천안함 사건에 대처하는 5·24 대북제재 조치를 발표하면서 군의 대북심리전 재개를 공식화했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 차원의 대응조치로 심리전을 채택하면서 민간단체에 대해서는 전단은 권장하지는 않지만 자율적 판단에 맡긴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라며 “다소 애매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북 체제에 결정적 충격… 북 격렬히 반발

북한은 이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외부 정보가 철저히 차단된 북한 주민들에게, 하늘에서 떨어지는 전단지는 일종의 정보폭탄이기 때문이다. 특히 금기시된 지도자 관련 내용은 북한 체제에 결정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전단과 함께 보내는 미화 1, 2달러는 노동당 당원의 한 달 월급에 이르는 큰 돈”이라며 “북한 체제의 성역을 깨는 충격이 될 수 있는 만큼, 북한 당국에서는 체제 붕괴 음모라고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북한 군부는 대남 통지문과 남북 군사실무회담 자리에서 대북전단에 대해 강하게 항의했고, 급기야 임진각 조준격파사격 위협까지 이르렀다.

전단을 살포하는 민간단체 관계자들은 북한으로부터 테러위협을 받는다고 호소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사무실, 집, 휴대전화로 끊임없이 협박을 받고 있다”며 “경찰 보호를 받는 상태”라고 말했다. 최근 대북전단 살포에 동참한 단체 관계자의 모친이 살해된 사건을 놓고 북한에 의한 테러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전단 효과는 평가 분분

하지만 지금과 같은 방식의 전단살포가 북한 사회의 변화를 추동할 만한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 주민을 변화시키려면 우선 주민들의 마음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대북전단은 북한 당국을 자극해 주민들에 대한 통제를 오히려 강화시키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보다 세련된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국방부가 생필품 등을 담은 대북 전단을 발송한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하고, 여당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것은 북한에 도발 빌미만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북한의 대남위협과 이로 인한 남남갈등에는 대북전단을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한 사람들의 책임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언제 어디서 어떤 내용을 보내는지 공개적으로 떠벌리는 것은 심리전이 아닌 체제 비방일 뿐”이라며 “북한 민주화를 앞당기려면 보다 세련된 방식으로 전단을 보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수영 기자 delinews@segye.com
◆ 대북전단 관련 북측 위협 일지

▲2008년 10월28일=남북군사회담 북측 대표단, “전단 살포 계속되면 개성공단 등에 대한 행동으로 넘어갈 것”

▲12월1일=북, 대북전단 살포 이유로 개성공단 상주인원 절반 축소, 남측인원 군사분계선 통과 제한·차단(12·1조치)

▲2010년 5월16일= 남북장성급회담 북측 단장, “남측 삐라 살포 계속되면 동·서해 육로 통행 차단”

▲5월24일=정부, 천안함 폭침 대응 차원에서 대북심리전 개시 공식 발표(5·24조치)

▲2011년 2월16일=한나라당 신지호, 차명진, 조전혁 의원 대북전단 10만장 살포

▲2월27일=남북장성급회담 북측단장, “임진각을 비롯한 반공화국 심리모략행위 발원지에 대한 우리 군의 직접조준격파사격 단행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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