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철 대변인은 12일 비대위 회의 직후 브리핑을 통해 “KTX 경쟁체제 도입과 관련해 당정 협의를 통해 정부 방안이 수정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청와대 보고까지 끝마친 KTX 민영화 추진 계획을 사실상 전면 백지화하겠다는 뜻이다.
황 대변인은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것에 국민의 우려와 반대가 높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취임 일성부터 강조했던 ‘국민’을 앞세워 자연스럽게 현 정부와 선긋기를 시도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KTX 민영화의 문제점은 국민소통을 담당하는 비대위 산하 눈높이위원회 소속 조현정 위원이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공공성 훼손과 재정부담 확대, 대기업 특혜 시비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KTX 민영화 반대여론을 보고했다. 황우여 원내대표 등 다른 비대위원도 “국민 여론을 수렴해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고 동조하자, 박 위원장이 ‘KTX 민영화 반대’로 입장을 정리했다는 전언이다.
주무 부처인 국토해양부는 적잖이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비대위 측에 민영화 추진의 타당성과 정책 필요성을 설명한 뒤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이 영국처럼 국철의 구간을 쪼개고 시설을 매각하는 식이 아니라 민간에 운영권만 주는 것인 만큼 이러한 내용을 비대위에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것”이라며 “철도 수요자들의 요금이 할인되고, 철도 건설 부채도 줄일 수 있어 민영화 사업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개최한 수서발 KTX 운영권 관련 ‘철도경쟁체제에 관한 조찬 간담회’에서 동부건설, 대우건설 등 대형건설사와 중소건설사 20여 업체가 관심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앞으로 이 같은 간담회를 몇 차례 연 뒤 입찰 절차에 들어가 올 상반기 중 사업자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국토부는 올해 업무보고에서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철도공사의 경영 선진화를 위해 2014년 말 수서와 평택을 연결하는 수도권 고속철도가 완공되면 2015년부터 수서에서 출발하는 호남선(수서∼목포)과 경부선(수서∼부산) 고속철도 운영권을 민간에 줘 코레일과 경쟁을 유도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박세준·이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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