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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리포트] 강대국 각축장 된 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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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06-18 14:49:42 수정 : 2012-06-18 14:4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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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려는 中, 막으려는 美… 서쪽바다 해양패권 정면충돌
中 “돌파하라” 美 “봉쇄하라”
“돌파냐, 봉쇄냐.”

축구나 럭비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한반도 서해와 인근 해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국제적인 군사 갈등을 빗댄 말이다.

최근 서해는 대양 진출을 노리는 중국과 이를 막고자 하는 미국 간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중국은 중국대로, 미국은 미국대로 서로의 우방국들과 함께 해상군사훈련을 명분 삼아 ‘합종연횡’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1905년 러일전쟁을 전후로 빚어졌던 열강들의 각축을 보는 듯하다. 그때와 처지는 다르지만 틈바구니에 낀 한반도의 운명이 어떤 형태로 전개될지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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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돌파작전

서해는 중국 해군의 중심 무대다. 해군 주력부대가 서해 곳곳에 포진하고 있다. 실전배치를 눈앞에 두고 있는 중국의 첫 항공모함 바랴크호도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항을 모항으로 삼고 있다.

그동안 중국 해군은 서해를 시발점으로 대양 진출의 꿈을 키워왔다. 그 결과 이미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는 접수했다. 인근 지역 국가들과의 마찰과 분쟁이 끊이지 않았지만 월등한 군사력으로 밀어붙였다.

자신감을 얻은 중국은 최근 들어 서태평양까지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중국 프리깃함 2척과 정보수집함 1척이 서태평양 북마리아나제도에서 훈련하는 모습이 일본 자위대에 포착되기도 했다. 북마리아나는 일본 최남단인 ‘오키노토리시마(沖ノ鳥島)에서 불과 700여㎞ 떨어진 곳이다. 태평양을 동·서로 양분해 서태평양을 자신들의 영향권아래 두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양 진출과 함께 서해 방어에도 힘을 쏟고 있다. 중국은 4월22일부터 6일간 러시아 해군과 함께 칭다오(靑島) 부근에서 대규모 해상연합훈련을 벌였다. 중국에서는 구축함 5척, 호위함 5척, 잠수함 2척, 보급선, 의료선 등 모두 18척이 참가했고, 러시아도 최정예 군함 7척을 파견했다. 다분히 미국을 의식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양위진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미국의 아시아 중시 전략이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핵심 이익을 위협하고 있다”며 “양국이 (이 같은 미국의 진출 상황을) 매우 우려하며 신경 쓰고 있다는 점을 이번 군사훈련을 통해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중·러 해군에게 서해는 역사적으로 쓰라린 상처를 간직한 곳이다. 1894년 청일전쟁 당시 동아시아 최강을 자랑하던 청나라의 북양해군은 산둥성 웨이하이웨이(威海衛)항에서 일본 해군의 봉쇄작전으로 궤멸됐다. 1905년 러일전쟁 때는 랴오닝성 뤼순항에 머물던 러시아 극동함대가 항구 입구에 일본 해군이 설치한 기뢰에 가로막혀 참담한 패배를 당했다.

◆미국의 봉쇄작전

러시아 극동함대의 진출을 막았던 뤼순항은 지형적으로 항내는 넓지만 항구를 드나드는 입구가 호리병의 목을 연상시킬 만큼 좁은 곳이다. 이곳만 틀어막으면 아무리 강한 함대라도 뚫기 어렵다.

서해의 전체 지형은 이러한 뤼순항과 비슷하다. 산둥반도에서 한반도까지의 최단거리는 200여㎞ 정도다. 항공모함과 이지스함, 잠수함 등을 동원해 먼저 유리한 위치를 잡고 길목을 차단하면 중국 해군에겐 악몽이 될 수 있다.

중국이 외국 군함의 서해 접근이나 진출에 극도의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2010년 천안함 침몰 사건 당시 미국의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가 한·미 연합훈련을 위해 서해 진출을 도모하자 중국은 격렬하게 반발했다. 최근 일본이 북한의 미사일 탐지를 위해 서해 공해상에 이지스함을 배치하겠다는 입장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중국은 이를 일본이 북한 견제를 명분으로 중국까지 들여다보려는 의도로 해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해와 동중국해 곳곳에서는 미국 주도로 중국 해군 견제를 위한 연합훈련이 두드러지고 있다. 파트너는 한국과 일본, 호주 등 전통적인 우방국들이다.

한국과 호주 해군이 지난달 28∼29일 제주 동북방 해상에서 처음으로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6일부터는 미국과 일본, 호주 해군이 규슈 남동쪽 태평양에서 3일간 대규모 훈련을 벌인다. 22개국이 참가하는 2012년 환태평양훈련(림팩)도 6월 말부터 한 달여간 태평양 하와이 근해에서 열린다. 여기에는 인도와 러시아까지 참가한다.

이러한 미국의 행보는 중국의 대양해군에 맞서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은 최근 아태지역에서 6척의 항공모함을 유지하는 한편 2020년까지 미군 함정의 60%를 아시아 지역에 배치하는 쪽으로 군사력을 재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한국이 이러한 강대국들의 군사적 긴장 구도 안에 갇혀 있다는 점이다. 한국 해군에게는 적지 않은 과제를 던진다고 할 수 있다. 현재 한국 해군의 구축함 보유대수는 일본의 4분의 1, 잠수함 보유량은 중국의 6분의 1 수준에 그친다.

군사전문가들은 “이 같은 격차를 그대로 방치하면 멀지 않은 장래에 서해와 동중국해 등에서 우리가 설 자리는 사라질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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