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영국인 가족 북촌 한옥 지키려다 줄줄이 불운

입력 : 2009-10-31 17:43:53 수정 : 2009-10-31 17:43:53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킬번씨 공사 항의 중 실명…부인은 자궁암
20년이 넘게 서울 한옥 마을에 살면서 '옛집 지킴이'를 자처한 영국인이 한옥 증ㆍ개축에 항의하다 떼밀려 실명하고 부인은 암 투병을 하는 안타까운 사연이 뒤늦게 밝혀졌다.

영국인 경제전문기자 데이비드 킬번(66)씨와 최금옥(54.제이드 킬번)씨는 1987년 일본에서 결혼해 이듬해 한국으로 입국해 서울 종로구 가회동의 북촌 한옥 마을에 집을 구해 살아왔다.

한옥의 매력에 매료된 킬번씨는 이후 홈페이지를 만들어 옛집의 문화적 중요성을 알리기 시작했으나 2004년 서울시의 '북촌 한옥 가꾸기 사업'이 시작되면서 불운을 맞게 됐다.

외부인들이 투자 명목으로 한옥을 사들여 증ㆍ개축을 하고 음식점 등 근린생활시설을 지으려 하자, 이에 맞서 외롭게 싸우다 중증 장애인이 된 것.

킬번씨는 2006년 2월 이웃집이 무단으로 굴착기를 불러 공사를 벌이다 자신의 집까지 훼손하는데 항의하다 시공사 측 직원에게 떼밀려 넘어졌고 후유증으로 심장마비 등을 겪다 시력을 잃었다.

최금옥씨는 "킬번 씨가 29세 때 큰 교통사고를 당해 목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등 원래 몸이 불편했는데 당시 넘어지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며 "가해자 측이 오히려 남편을 폭행 혐의로 음해해 극심한 스트레스로 몸이 더 안 좋아졌다"라고 말했다.

킬번씨는 현재 혈액순환이 잘 안 되는 희귀병까지 앓는 상태로 일본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최씨도 작년 7월 함께 살던 친정어머니가 공사장 소음 공해 등에 시달리다 숨지고 자신은 자궁암에 걸려 투병하고 있다.

최씨는 남편의 명예를 회복하고자 당시 옆집에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벌였지만 1ㆍ2심에서 패하고서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그는 "집을 투자 상품으로만 보는 잘못된 행태 때문에 이런 비극이 벌어졌다"며 "남편은 충격 때문에 한국에 다시 돌아오기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반드시 집을 지키고 이번 일의 부당함을 널리 알릴 생각이다"라고 했다.

<연합>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손예진 '순백의 여신'
  • 손예진 '순백의 여신'
  • 이채연 '깜찍하게'
  • 나띠 ‘청순&섹시’
  • 김하늘 '반가운 손인사'